매일신문

"구단이 등 떠밀었니?"…양준혁 은퇴선언 의혹 눈초리

"세대교체 미명 아래 기회 안주고 벤치에"…좁아진 설자리 절감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준혁(41)의 갑작스런 은퇴 선언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준혁이 26일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나와 팀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은퇴 의사를 밝히자, 야구팬들은 "왜 하필 시즌 중이냐"며 구단의 강요 등을 의심하며 삼성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양준혁이 평소 "아직도 체력적 문제는 없다"고 말해왔던 터라 야구팬들은 구단이 무언의 압력으로 양준혁을 은퇴의 길로 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997년 대구 야구의 우상이었던 이만수(SK 2군 감독)가 삼성의 강요로 은퇴식도 갖지 않고 선수 생활을 접었던 선례가 있어 일부 야구팬들은 색안경을 끼고 삼성을 비난하고 있다.

실제 삼성 라이온즈 홈페이지에는 양준혁에 대한 구단의 처사를 비난하는 글이 수십 건 실려 있다.

한 야구팬은 "삼성이 세대교체라는 미명 아래 지난해 충분한 활약(타율 0.329, 홈런 11개)을 보인 양준혁을 제대로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벤치에 앉혀놨고, 그에게 은퇴를 떠올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구팬은 "SK 김재현이 은퇴선언을 했을 때 구단차원에서 만류했지만 몇 년 전부터 생각해온 본인의 의사가 확고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가 결정됐다. 하지만 양준혁이 은퇴선언을 하자 삼성은 1군 엔트리에서 곧바로 빼는 등 준비된 절차를 밟고 있다"며 구단의 강요를 의심했다.

하지만 양준혁은 자신의 뜻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서 은퇴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양준혁은 "이제 갓 입단한 신인의 자세로 후배들에게 도전 하겠다"며 올 시즌 투지를 불태웠지만 주변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새로 중심타선이 구축되고, 백업들도 풍부해지면서 양준혁이 설 땅은 크게 좁혀졌다. 게다가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양준혁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개막전을 포함 3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11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인상적인 활약도 펼치지 못했고, 이후 간간이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예전 같지 않았다. 6월 중순부터는 그나마도 3, 4경기에 한번 대타로 기용될 뿐이었다.

결국 양준혁은 후반기 엔트리를 새로 짜는 시점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상승세를 보이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1군 선수들과 동행하며 전력 향상의 조언자로 남기로 한 것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구단의 직접적인 은퇴 종용은 없었겠지만 양준혁 스스로는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구단의 세대교체 방침에 버티었다면 양준혁이 얻는 이득은 별로 없다. 만약 2군에 내려가게 됐을 땐 연봉삭감 등의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된다는 점에서 자신이 먼저 구단에 은퇴를 시사,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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