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게하지'

성서에는 야훼의 심판으로 나병을 얻은 사람이 세 명 등장한다. 첫 번째는 모세의 누나였던 미리암이다. 미리암은 이집트 파라오의 영아 학살을 피해 아기 모세를 담은 갈대 상자를 나일강에 띄워 모세를 살렸다. 그러나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한 뒤 모세를 시기'질투하다 나병에 걸린다.

두 번째는 분열된 이스라엘의 남왕국 유다의 제10대 왕 웃시야다. 그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나 영토를 확장하고 산업을 부흥시킨 현명한 군주였다. 그러나 말년에 교만해져 야훼에게서 나병이란 천형을 받는다. 세 번째가 북왕국 이스라엘의 선지자인 엘리사의 시종 게하지다.

엘리사는 죽은 사람까지 살리는 등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그는 이스라엘과 다투던 시리아의 군사령관 나아만의 나병을 완치시켰다. 이에 나아만은 은 10달란트(약 342㎏)와 금 6천 세겔(약 68.54㎏)-요즘 시세로 환산하면 약 40억 원-을 내놨지만, 엘리사는 끝내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나아만이 별 수 없이 떠나자, 이를 지켜보던 게하지는 나아만을 뒤따라가 은 한 달란트를 요구하면서 주인의 지시라고 거짓말을 했다.

나아만은 게하지에게 은 두 달란트를 건넸고, 이를 자신의 집에 숨겼다. 엘리사는 어디서 오느냐고 물었으나 게하지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며 은괴 수수 사실을 숨겼다. 이에 엘리사는 나아만의 나병이 게하지에게 옮겨가 자손대대로 나병으로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게하지는 나병에 걸리게 된다.

게하지의 사례처럼 오늘날에도 종교계 주변에는 신앙을 매개로 자신의 사익을 도모하는 '게하지들'이 넘친다. 종교계만이 아니라 권력의 주변에도 게하지들이 득세하며 호가호위하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고심하는 것도 게하지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는 다행히(?) 친인척과 관련된 큰 비리는 아직까지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과 동향(同鄕)인 총리실 관료들이 민간인과 정치인 등을 불법 사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TK 죽이기'라는 파워게임의 희생자로 이들에게 동정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경위야 어찌 됐든, 권력을 남용한 건 분명해 보인다. 권력자들은 충성을 가장한 게하지들을 늘 경계해야 하겠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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