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오판/토머스 J. 크라우프웰 · M. 윌리엄 펠프스 공저/채은진 옮김/말·글빛냄 펴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는 점에서 실수는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일 경우라면? 막대한 국고 손실, 무수한 인명 피해, 전국적인 재난, 대재앙에 가까운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책은 미국 대통령 18명의 20개 정책을 통해 처음에는 희망적으로 보였던 정책이나 행동 방침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된 사례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결정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대통령을 평가하기에 앞서,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처해 있던 상황을 재검토하고, 그들에게 어떤 선택권이 있었는지 생각하고, 그들이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한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고려를 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의 판단에 대한 평가는 전혀 공정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대통령의 오판'을 비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기보다 당시의 현실과 역사를 이해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은 미국 독립전쟁이 끝난 뒤 지역정부의 부채 청산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위스키에 세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위스키 과세는 시골 서민들의 폭동을 불러왔다. 이 폭동은 3년 동안 지속됐고, 많은 미국인들에게 위스키 소비세는 부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유권자들은 또 연방주의자들이 권력에 굶주린 전제주의자로 언제든지 각 주의 권리와 개개인의 권리를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연방주의자들의 몰락을 가져왔고 중앙정부는 60년 동안 시련을 겪었다.
1792년부터 1815년까지 프랑스와 영국은 끊임없는 전쟁 상태에 있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프랑스와 영국시장의 수출에 크게 의존했다. 프랑스는 미국 상품이 영국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영국은 미국 상품이 프랑스로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 두 나라는 공해상에서 미국 선박을 강제로 세워 선원들을 강제구인하고 화물과 때로는 배까지 빼앗았다. 이에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출항금지법 제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3만 명의 선원이 일자리를 잃었고 명문 상업가 집안들이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전국적인 경제 불황이 닥쳤으며 출항금지법이 밀수를 부추김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범죄자들을 양산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 미사일 위기에 적절하게 대처해 세계를 파멸 직전에 구해냈다고 평가받곤 한다. 그러나 그는 아이젠하워 정부에서 계획했던 카스트로 제거를 위한 피그스 만 침공 작전에 미온적이었다. 그는 시종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는 한 국가가 공산화되면 주변 국가들도 공산화되는 도미노 현상을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작전이 성공했더라면 애초에 미사일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요즘의 평가다.
피그스 만 침공 실패는 또 미국을 무능해 보이게 했고 케네디를 나약하고 미숙하고 우유부단해 보이게 했다. 1962년 10월, 흐루시초프와 카스트로가 쿠바에 탄도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에서 남쪽으로 불과 145㎞(90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피그스 만 침공 실패로 미국과 쿠바는 돌이킬 수 없는 영원한 적이 되고 말았다.
1970년대에 미국은 세계 에너지의 3분의 1을 소비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 내에서 석유의 자급자족이 어려워지지 지미 카터 대통령은 국민에게 에너지 절약운동을 호소했다. 그 일환으로 석유에 원천세금을 부과하고 일일 석유소비 제한량을 정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카터는 재선에 성공하지 못했다. 1932년 허버트 후버 이후 재선에 실패한 첫 대통령이었다. 그는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듯했다. 그러나 뒤에 그의 정책이 반드시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는 평가가 잇따라 나왔다. 그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장래를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치인, 특히 대통령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생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그는 희생을 가치 있게 할 수 있는 지도자적 자질을 갖고 있지는 못했다. 그는 대중에게 희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를 자세히 보여주지 못한 채 희생만 강요하는 사람으로 비쳤다. 평화시대에 대중의 희생을 끌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외에도 이 책은 앤드루 잭슨의 '인디언 추방법', 율리시스 그랜트의 '산토도밍고 합병 시도' 윌리엄 매킨리의 '스페인과의 전쟁' 우드로 윌슨의 '멕시코 토벌작전' 루스벨트의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린든 B. 존슨의 '통킹만 결의' 지미 카터의 '이란 인질 사건'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침공'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토머스 J. 크라우프웰은 칼럼니스트로 월스트리트저널, 아메리칸 스텍테이터 등에 역사, 종교, 정치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M. 윌리엄 펠프스는 언론인이자 역사학자, 범죄와 살인에 관한 역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433쪽, 2만9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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