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영화 홍보 '알바'

인터넷에서 이번 주 개봉한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사진)에 대한 영화 정보를 찾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네티즌들이 매기는 평점 부분이다. 한 포털 사이트의 경우 이 영화의 평점(28일 오전 현재)은 10점 만점에 7.66. 참여 인원도 450명이나 된다. 이 정도면 아주 수준급의 영화 평점이다.

그런데 평점이 1점과 10점, 단 두 가지 종류로 대부분 매겨져 있다. 평점을 매긴 이들이 1점을 주거나 아니면 10점을 주었다는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뉠 수 있을까. 10점을 준 이들은 '겁나 재밌겠다' '전 OOO의 팬이라서', '2010년 최고의 공포 영화' 등이라는 평이고 1점을 준 이들은 '고사 3은 안 나오겠지', '속지 마세요'라는 평이다. 27일에는 개봉을 앞두고 10점 만점이 줄을 잇고 있다.

영화 흥행의 가장 큰 영향력은 입소문이다. 영화를 본 관객의 평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인터넷 관객의 평도 영향력이 큰 편이다. 영화를 선정할 때 이 평점을 참고하는 관객도 많다.

그러나 개봉작에서 이 평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바로 영화사에서 고용된 가짜 관객, 말하자면 '알바'에 의해 평점이 조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후한 점수를 통해 영화를 과장 홍보하는 것이다. 사활이 걸린 흥행전선에 '알바 천국이네'라는 비판도 무력해진다.

장년층 관객에게 생소한 인터넷 시대 영화 흥행의 이색 지대는 또 하나 있다. 스포일러이다. '스포일러'는 '약탈자', '망쳐 버리는 사람'이란 뜻.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을 누설해 감상 포인트를 흐려버리는 것을 말한다.

영화 '첫 키스만 50번 째'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주인공이 매일 '식스 센스'를 본다는 설정으로, '스포일러'를 재미있게 뒤틀었다. 어제 본 줄거리를 잊고 매일 반전이 기가 막힌 '식스 센스'를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영화 관람을 앞둔 관객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한 지인은 "말 많은 택시 운전기사, 특히 새로 개봉한 영화의 줄거리를 다 얘기해주는 기사를 만나면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최근 TV의 영화가이드 프로그램도 거의 스포일러 수준이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도 영화의 주요 장면들을 대부분 보여주는 통에 바람이 빠진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 영화 게시판의 관람평 코너에는 '스포일러 무(無)', '스포일러 만땅' 등을 기재해 읽는 이들을 배려하는 추세다. 최근의 대형 블록버스터는 개봉 전 리뷰를 싣지 않도록 언론에 요청하는 경우도 잦다. 인터넷의 경우 거의 무방비 상태라 아예 시사회 자체를 늦추는 추세다.

스포일러는 '약탈자'란 원뜻처럼 영화동호회에서는 거의 범죄자 대우를 받는다. 하긴 입장료도 입장료지만 맛있는 밥에 초를 치는 일이니 당하는 쪽에서는 당연한 일 아닐까.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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