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마라톤의 역사는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마라톤에 여자선수가 참가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1966년 4월 당시 여자 참가가 허락되지 않은 제70회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캘리포니아 출신의 23세 여성 로베르타 루이즈 기브슨이 번호도 없이 출장, 참가자 500여 명 중 3시간21분40초로 126위를 차지한 것이 처음이었다. 이듬해인 1967년 같은 대회에 이니셜만 표기한 이름으로 참가 신청을 한 여자선수가 레이스 중에 발각되어 심판이 번호표를 회수하기 위해 여자선수의 남자친구와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을 계기로 여자에 대한 마라톤의 문호개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1971년 제2회 뉴욕마라톤대회에 여자 5명이 참가, 그 중 2명이 처음으로 3시간대를 돌파한 2시간55분, 56분대로 완주했다. 1972년 뉴욕마라톤대회에서는 '여자는 남자보다 10분 전에 출발해야 한다'는 육상경기연맹의 결정에 대한 항의로 출발지점에서 여자 참가자들이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드디어 1974년 제77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여자부가 신설되었으며, 1978년 애틀랜타에서 여자선수들만이 참가하는 제1회 국제여자마라톤대회가 개최되었다. 미국의 화장품 회사 에이븐이 후원한 이 대회에는 187명이 참가했으며 136명이 완주(3시간이내 10명, 4시간이내 70명)했다. 이 대회를 계기로 198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84년 LA 올림픽 때부터 여자마라톤을 정식종목으로 포함시키기로 결정하였다. 1966년 보스턴마라톤에서 허가받지 못한 여자선수의 참가 이래 15년 만에 여자마라톤이 올림픽에서 인정받았다.
현재 마라톤의 남녀 최고기록은 각각 2시간3분59초와 2시간15분25초로, 남녀 간 기록 차는 11분26초이다.
그러나 여자마라톤의 기록은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이 수립된 2003년 직전까지의 5년 동안에는 무려 5분22초나 단축된 바 있다. 10년 동안 남자는 1분 동안의 주파거리를 7m를 향상시킨 데 반해 여자는 그 2배에 해당하는 14m를 향상시켰다.
일반적으로 역삼각형의 신체구조를 가진 남자는 무게중심이 위쪽에 있고 정삼각형 신체구조의 여성은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여자는 스피드나 순발력에서 남자에 뒤진다. 또 단거리와 같이 빠르게 이동하거나 높이뛰기처럼 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종목은 운동능력의 남녀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마라톤은 남녀 성차가 가장 적은 스포츠 중의 하나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여자선수들은 편안한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에너지 소비가 효율적이다. 여자는 체격이 작아 남자보다 땀을 적게 흘리면서도 체온증가를 방지할 수 있다. 여자 마라톤선수의 신체구조가 점점 남자와 비슷해져 가면서 스피드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체내에 소모할 수 있는 지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여자선수들의 풍부한 체지방이 효과적인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면 기록단축은 더욱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현재 추세로 볼 때 여자선수들은 10년 이내에 2시간10분대 이내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남녀 간 기록차이도 계속해서 좁혀질 것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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