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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생'협력은 검찰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일선 정부 부처가 연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대기업의 비리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선다고 한다. 이를 위해 대검은 기업 수사 경험이 많은 중량급 검사들을 중수부에 배치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수사 대상은 기업 비리 전반이지만 불공정 거래 행위, 원청 하청 기업 간 부당 행위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소설 같은 얘기"라며 부인하고 있으나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중소기업과의 간담회에서 기업 수사에 대한 원칙을 밝힌 사실에 비춰 대기업 수사는 이미 정보 수집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얘기다. 이에 대해 대기업은 "뭘 하란 것이냐"며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협력 업체와의 상생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대기업 수사는 항구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비리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은 검찰이 강제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것이 아니다.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하니 잠시 상생'협력하는 제스처는 취하겠지만 검찰이 눈을 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다. 일시적인 카타르시스를 줄지는 몰라도 건전한 거래 관계 형성에는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상생'협력의 정착을 위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사건의 경우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공정위에 신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다. 검찰 수사보다는 이러한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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