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이 지배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게 이분법으로 나눠진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 디지털 기기와 함께 있는 시간과 벗어나 있는 시간 등과 같이 말이다. 국민 1인당 한 대 이상의 휴대폰이 보급된 시대지만 여기서도 이제는 0과 1의 디바이드(divide:격차)가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가졌더라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과 그저 맵시 좋은 전화기로 쓰는 사람의 차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한 디지털화로 사회적'경제적 불균형이 심각해지면서 정보 격차, 이른바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모바일 디바이드(mobile divide)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트위터를 통해 각자의 사회관계망을 구축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는 스마트폰족의 '생활 혁명'에는 평등의 논리가 거의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 극도로 개인화된 모바일은 디지털 디바이드가 요구하던 국가 차원의 사회적 약자 지원이나 교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눈부신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불평등의 속도는 더 빠르다. 빈부 격차, 지역 차별 등과 궤를 똑같이 한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동통신 3사의 스마트폰 가입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아이폰의 경우 75%가 수도권 가입자이고, 그 중에서도 서울의 강남 3구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아이폰 가입자는 4%대에 그치고 있다.
관련 인프라가 당연히 수도권과 강남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으로 무선인터넷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깔렸고, 추가 계획도 수도권 중심이다. 스마트폰의 활용도를 높여주는 애플리케이션도 수도권 생활의 편의에 맞춘 게 적잖다. 인터넷 강의나 의료 정보같이 공공재의 성격을 띤 교육 보건 서비스마저 스마트폰으로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정보나 지식 격차를 넘어 생활의 격차, 기회의 격차가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미약하다. 인터넷이 국가와 인종의 장벽을 넘어 개방과 소통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했다며 올해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자고 벌이고 있는 세계적 캠페인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김재경 특집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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