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사람이 좋아하는 식당이 있다. 이번 주에 소개할 단골집 바로 '행복식당'이다. 대구 사람으로 최초로 8,848m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장병호(50) 대구등산학교장은 "이 식당에 개인 지분이 있다"는 농담 섞인 얘기를 들을 정도로 자주 간다. 일주일에 서너 번 들르지 않으면 그야말로 입 안에 가시가 돋칠 정도라니 단골 중에서도 핵심 단골임에 틀림없다.
맛깔스런 음식과 장 교장의 영향력(?) 때문인지 대구등산학교 직원들과 소속 수강생, 졸업생 등은 자연스레 행복식당이 장부를 대놓고 먹는 단골집이 되어 버렸다. 점심은 완전 엄마손 밥상이다. 금방 한 쌀밥에 10여 가지의 감칠맛 나는 반찬은 인스턴트 시대에 음식에 깃든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23일 장 교장과 대구등산학교 졸업생들과 함께 행복 가득한 이 식당을 찾았다. 저녁에는 편안하고 정이 넘치는 옛날 주막처럼 토속적인 막걸리집으로 변신한다.
'행복식당'은 꽤나 긴 역사를 자랑한다. 대구 중심가인 반월당 인근에서 1987년 시작해 올해로 만 23년이 됐다. 메뉴는 한결같다. 점심 때는 집에서 해 주는 것 같은 식사, 저녁에는 막걸리 한잔 걸치는 주점. 충남 강경이 고향인 주인 신현월(60'여) 씨가 행복식당을 정말 행복이 깃든 곳으로 일궈놨다. 개업할 당시에는 점심 한 끼에 1천원이던 것이 3, 4년 주기로 1천300원→1천500원→2천원→2천500원→3천원→3천500원→4천원으로 올랐고 지금은 4천500원을 받는다. 점심값이 물가상승 등 시대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주인 신 씨가 들려주는 맛의 비결은 딱 세 가지. 신선한 재료와 정성, 계절에 따른 메뉴의 다변화다. 23년 동안 운영하면서 이 세 가지는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장조림, 황태무침 등 집에서 직접 만들어오는 음식들이 많으며, 고춧가루는 여동생이 직접 농사를 짓는 충북 괴산군에서 가져온다. 여름에는 동태전, 황태무침, 생물 오징어 등을 선보이고 겨울에는 도루묵이나 홍삼 등으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바삭바삭한 김과 노릇노릇한 고등어구이는 점심 반찬에 꼭 들어가 있다. 사시사철 변치 않는 메뉴다. 최근 인기반찬인 피망고추는 된장에 찍어먹으면 알싸한 느낌마저 준다.
장 교장은 "이 식당만 오면 밥을 두 공기씩 먹는 등 과식하게 된다"며 "계절마다 신선한 재료를 쓰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칭찬했다. 졸업생인 전봉현(51) 씨는 "돔배기가 제일 맛있다"고 했으며, 김미정(37'여) 씨는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데다 어머니가 해주는 것 이상으로 정성이 담긴 음식"이라고 말했다. 정현(51) 씨는 "저녁에 가끔 오면 본 지 오래된 지인들을 만나게 돼 더 좋다"고 덧붙였다.
행복식당의 메뉴들은 비싸지 않아 좋다. 제일 비싼 메뉴가 가오리무침으로 1만5천원이고 황태무침이 1만원, 동태전이 7천원 등 대부분 안주 메뉴가 7천~1만5천원이다. 행복식당은 맛있는 먹을거리와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믿는 손님들의 영원한 단골집이다. 053)427-2232.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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