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형편에도 빚을 지지 않고 살던 김우진(가명·43) 씨는 지인의 부탁으로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빌렸다가 신용등급이 4등급에서 7등급으로 추락했다.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김 씨는 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얻었다. 결국 다른 대부업체를 이용해 이자를 갚아야 했고, 불과 1년 6개월 만에 대부업체 4곳으로부터 1천370만원을 빚지게 됐다.
금융거래를 좌우하는 개인 신용등급 평가가 오히려 저신용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순간의 연체로 신용등급이 추락할 정도로 기준이 가혹한데다 신용평가사에 따라 신용등급이 다르게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제각각인 신용등급 평가
지역의 IT업체에서 근무하는 김모(36) 씨는 신용카드로 매달 100만~200만원을 사용하고 연체 없이 갚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김 씨의 개인 신용등급은 모 신용평가사에서는 2등급으로 평가됐지만 또 다른 신용평가사에서는 5등급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개인의 신용등급이 평가사마다 다른 것은 신용평가사들의 개인 신용등급 평가모델과 활용 정보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또 연체 없이 거래를 하다가도 한두 달 카드 대금의 납부를 미뤘거나 쓰지 않는 휴면카드를 해지했는데도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신용평가사 간 보유 정보의 양에 차이가 나는데다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모델이 다른 때문이다.
◆감춰진 신용평가 정보
국내에서는 KCB(코리아크레딧뷰로), 한국신용평가정보, 한국신용정보 등 3개 기관이 개인들의 신용등급을 평가한다. 금융회사들은 이들 신용평가회사들이 수집한 개인의 신용거래 내역과 관련 정보 등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고객 정보를 더해 대출 여부와 대출 금액, 금리 등을 결정한다.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요소는 연소득이나 직업, 근무연수, 대출금액, 연체 여부, 결혼 여부, 주택보유 여부, 재산세 등 다양하다. 여기에 과거 대출상환 이력이나 신용거래기간, 카드사용실적, 신용조회건수 등 신용거래기록이 활용된다. 같은 직장에서 비슷한 임금을 받고 근무하더라도 이 같은 신용거래기록에 따라 신용평가가 다르게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외부평기기관의 정보와 은행 평가 정보를 어떻게 결합시키느냐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내리긴 쉽고 오르긴 힘든 신용등급
신용등급이 추락하기는 쉽지만 다시 올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KCB가 보유한 3천800만 명의 신용정보 자료를 1년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용등급 1개 등급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3개월인 것으로 집계됐다. 2개 등급을 올리는 데는 5.6개월, 3개 등급은 6.5개월, 4개 등급은 7개월, 5개 등급을 올리는 데는 7.5개월이 걸렸다. 카드 대금이나 대출 이자 등을 연체할 경우 규모나 기간에 따라 정해진 신용정보 관리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연체금을 갚더라도 관리기간에는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신용등급 하락은 순식간이다. 대출이나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인터넷, 전화요금 및 각종 공과금의 연체 경험 여부나 연체 일수, 연체 금액 등에 따라 한꺼번에 신용등급이 여러 단계 추락하기도 한다.
◆정부, 평가회사 간 정보공유 폭 늘리기로
정부는 신용평가사(CB)의 신용평가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평가회사 간 정보공유의 폭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신용평가회사 간 보유 정보의 양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평가결과가 기관마다 다르다"며 "회사 간 소통할 수 있는 협의채널을 만들어 정보공유 확대를 논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CB의 경우 금융사를 주주로 두고 있어 각종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용 관련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정보는 대부업체 이용자들의 정보를 보유해 협력의 여지가 많다는 것.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생활속의 신용 관리(자료: KCB)
1. 소액이라도 연체는 단 하루도 하지 않는다-연체금액이 적거나 연체 기간이 짧더라도 신용도가 낮아진다.
2. 소득과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을 받는다.
3. 주거래은행을 만들어 각종 공과금과 카드대금, 통신비 납부 등 금융거래를 한다.
4. 자신의 신용정보를 정기적으로 확인한다-본인이 직접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경우 신용도가 낮아지지 않는다.
5. 금융회사를 통한 불필요한 신용조회는 하지 않는다.-인터넷으로 대출 가능 여부를 조회해도 신용조회수가 올라가고 기록에 남게 된다.
6. 주소지가 변경되면 반드시 해당 금융회사에 통보한다.-자칫 청구서를 받지 못해 연체 정보가 등록될 수 있다.
7. 신용한도를 미리 설정한다.-소득에서 신용카드 대금이나 할부금 등 상환액의 비율이 25%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8. 자동이체를 최대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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