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몸 낮추는 이재오, 정말 달라졌을까…

"朴 전 대표, 갑자기 만나면 '예의' 어긋나고…" 깍듯한 예의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결혼식에서 'MB맨'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당선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었다. 박 전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지어보였다.

# 이재오 당선자는 29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로 나와 당선 신고를 하면서 "나로 인해 당에 갈등이 일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이 어려우니 친박이든 친이든 서민경제를 살피는 게 할 일이며 정치적으로 계파싸움 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2008년 공천파동을 불러온 이 당선자의 여의도 복귀로 친박계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 하루가 지났는데 이 당선자는 '적극적'이고 친박계는 '관망 중'이다. 이 당선자는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겠는가. 갑자기 하면 예의에 어긋나고…"라며 한껏 몸을 낮췄다. '예의'라는 단어가 튀게 들렸다.

정치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 결과에 따라 화합이냐 결별이냐가 결정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박 양측이 서로 입장차를 인정하고 소기의 성과를 낸다면 계파가 손을 잡을 수도 있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이라면 분열 수순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분열 사령관은 이 당선자가 맡게 된다는 얘기다.

빅이슈인 개헌이나 보수대연합 등 정계개편에 주류인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와 대척점에 서면서 정면대응하면 친박계와 물러설 수 없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 유승민 의원은 "친박세가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고 친박계의 재구축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하지만 이 당선자와 친박계가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전제로 친박계가 뭉쳐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친박계 내부에서 '달라진 이재오'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7·14전당대회에 나선 후보 12명이 모두 '계파 화합의 적임자'를 외친데다 정권재창출을 위해선 단합해야 한다는 분위기여서 이 당선자도 시류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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