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점심 초대를 받은 아이들의 얼굴에 천진난만한 미소가 묻어났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도, 누군가 옆에서 떠먹여 주지 않으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이 날 만큼은 며칠을 기다려온 점심나들이가 행복했다.
29일 점심시간 대구 수성구 두산동 '뉴욕뉴욕' 화이트홀. 인근 파동의 애망요양원 원생 100여 명과 직원 20명,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푸짐한 뷔페 점심상을 받아들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점심은 뉴욕뉴욕 박중식 이사가 마련했다. 평소 출'퇴근길에 자주 보았던 애망원을 우연히 들렀다 원생 모두를 초청해 식사 한 끼를 대접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박 이사는 "저희는 매출을 전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투명경영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혼자서 초대를 결정한 후 직원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애망원을 방문했고 이에 직원들도 흔쾌히 수락해 오늘 행사가 있게 됐다"고 했다. 원생들을 초청하기 위해 뉴욕뉴욕 측은 이날 행사장인 화이트홀 예약을 받지 않았다.
박은희(54) 애망요양원 원장은 "우리 식구들은 돈을 주고 외식하려고 해도 업주 측에서 고객들이 붐비는 시간은 피해달라는 말을 많이 해 여간해선 외식 한 번 하기가 쉽지 않다"며 초대해준 뉴욕뉴욕 측에 감사를 표했다.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날라준 뷔페음식 그릇을 받아 든 원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만발했다.
혼자서 숟가락을 사용할 없는 아이들은 애망원 직원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일일이 먹여줘야 식사가 가능했다.
유아용 유모차에 몸을 의지한 여덟 살짜리 한 원생은 봉사자가 잘게 썰어 먹여주는 스파게티 한 입을 물고 기분이 좋아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일곱 살의 한 원생은 자꾸 음식이 테이블로 흘러내리자 아예 턱받이에 음식을 올려놓고 먹기도 했다. 어떤 원생은 식사는 뒷전이고 홀에 장식된 오색풍선을 잡으려 뛰어다녔다.
자원봉사자 한윤주(영진전문대 사회복지학과 2년) 양은 "많은 봉사활동을 해봤지만 오늘처럼 아이들이 행복해 하고 저 역시 뿌듯한 느낌을 받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한 시간 가량 이어진 식사시간을 마치자 화이트홀에 설치된 무대에선 초대에 대한 감사 표시로 원생들의 재롱잔치도 열렸다. 뉴욕뉴욕 측은 이번 초대에 그치지 않고 1년에 4번 정도 원생들을 더 초대할 것을 약속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지는 시간, 화이트홀 바깥 녹음 우거진 정원수에선 매미들의 합주가 이어졌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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