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납품단가 현실화의 첩경은 납품단가연동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우리 경제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납품단가 후려치기의 근절 방안을 내놓았지만 핵심에 접근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위가 8월 말까지 확정하기로 한 대책의 핵심은 업종별 조합 등 제3자가 납품단가에 문제를 제기하면 납품단가조정협의회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협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중소기업이 거래 중지를 우려해 대기업에 납품단가 현실화를 요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업종별 조합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납품단가 인상을 대기업에 요구할 수 있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납품단가조정협의제의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혀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협의제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납품단가 현실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업종별 조합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담합 금지 조항에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공정위는 "담합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문제를 피해갈 방법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가리기 위한 객관적인 기준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원자재값의 변동에 맞춰 납품단가의 현실화를 강제하는 '납품단가연동제'의 도입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8년 도입이 논의됐다가 논란 끝에 무산된 바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대기업은 하도급 거래선을 해외로 돌릴 것이며 결국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만 더 커진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또 기업 간 거래 가격을 외부에서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시장을 빙자한 강자(强者)의 논리일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