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부지원 끊는 新장애인연금제… 활동보조 박탈 속출

"엉터리 가린다" 명목 새 등급심사…줄줄이 2등급 돼 활동보조인 박탈

뇌병변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이상국(28) 씨가 휠체어에 오르기 위해 어머니 김금자(61) 씨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김 씨는
뇌병변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이상국(28) 씨가 휠체어에 오르기 위해 어머니 김금자(61) 씨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김 씨는 "아들이 장애등급 2급 판정을 받은 탓에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기 위해 김금자(61) 씨는 팥죽땀을 흘렸다. 키 170㎝, 몸무게 75㎏인 이상국(28) 씨는 혼자 휠체어를 탈 수 없다. 뇌병변 2급, 지적 장애 3급의 장애가 있는데다 한쪽 눈은 실명했다. 휠체어를 탄다 해도 160㎝ 단신인 김 씨가 뒤에서 밀어야 이동할 수 있다.

"먹고살려면 내가 나가서 파출부 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들을 도와주던 활동보조인을 못 쓰게 된다니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김 씨가 내쉰 한숨에 눈물이 뒤엉켰다.

◆장애인 울리는 장애인 연금제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연금제도는 기존 중증장애인 연금이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한정되던 것을 장애인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급수에 따라 장애인 연금은 9만원 안팎을 받고 1급을 받아야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금을 신청하는 장애인들의 등급을 새로 심사해 엉터리 등급을 감별해 내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새 심사에서 등급이 내려가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판정이 속출하고 있다.

장애등급 1급으로 매달 7만원의 비용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이용해왔던 김 씨가 답답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달 장애인 연금을 신청한 아들은 보건복지부 장애등급심사센터의 등급 심사 당시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돼 다음달부터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못 받게 됐다. 이 씨가 2급 판정을 받은 것은 '보호자와 함께 걸을 수 있다'고 적힌 의사 소견 때문이었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조금만 기어다니면 2급을 주는데 기어다니는 것도 보행이 가능하다고 봐야하느냐"며 "1, 2급 여부는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차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3년 전 병원에서 받았던 장애 판정에서 지적장애 1급을 받았던 강민수(가명·24) 씨도 장애인 연금신청을 후회하고 있다. 병원에서는 1급이라고 판정했지만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2급으로 최종 판정했다.

강 씨의 어머니 최순희(가명·44·여) 씨는 "서류로만 판단해 어떻게 장애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의 신청까지 거쳤지만 결국 2급 판정을 받아 정부지원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 씨는 "생업을 유지해야 하는데 활동보조인이 없어 온 가족의 생활이 바뀌었다"고 했다.

◆일시적 포기도 속출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장애인 연금을 일시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등급이 하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장애인이 직접 본인 비용으로 장애 등급 판정을 받도록 한 것도 부담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민제 사무국장은 "'정부 서비스를 받으려면 네 돈 주고 검사를 받아오라'는 논리인데 비용이 100만원 가까이 되는 검사도 있어 장애인들이 연금 제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인 관련 단체는 장애 1급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 연금'거부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나호열 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서류를 통한 등급 판정 한 번으로 2년 이상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며 "장애인 상당수가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원하는 만큼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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