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경(奔競)이란 연줄 등 온갖 방법으로 벼슬을 구(求)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시대 초기 문무관의 인사권이 있는 이조'병조의 실력자들에게 분경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분경을 가장 강하게 금지시킨 왕은 태종. 문신의 경우 사헌부, 무신은 삼군부 관리를 시켜 인사권자의 집을 지키게 했다가 방문하는 사람이 있으면 귀천과 이유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옥에 가뒀다. 다소 물의가 일자 5촌까지의 친족 출입은 허용했지만 나머지는 분경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했다. 다만 의정부 대신들과 임금의 형제 등 종친들은 예외를 인정받았다. 종친을 제외한 것은 이들의 정사 관여를 애초부터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왕의 4세손까지의 종친들은 조정에서 벼슬하는 것도 금했다. 종친이 정치를 할 경우 왕의 눈을 가리거나 그를 중심으로 붕당이 생기는 등의 폐단이 많다고 판단해서다.
조선과 달리 아랍권에선 종친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여한다. 가까운 친족일수록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다. 이들은 다른 나라도 자기들의 시각으로 해석해 대통령 또는 총리의 형제들을 최대한 예우한다.
한국과 리비아의 외교 갈등이 심상치 않은 국면으로 악화되자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의원을 현지에 급파한 것도 권력자의 친인척을 대하는 아랍권의 정치 시스템 때문이다. 이 의원이 총리 등을 집중적으로 만나 설득한 끝에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는 듯하단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이 의원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만사형통'(萬事兄通), '영일대군'(迎日大君) 등으로 불린다. 여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그는 지난해 6월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자원 외교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정치 일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후 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지를 돌며 대통령의 특사로 자원 확보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그런 이 의원에 대한 정계 은퇴 요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왕조시대도 아니요, 대통령의 형이라 하여 참정권을 제한받아서는 안 된다. 오랜 CEO와 정치인으로서의 경륜을 살려 지역 발전과 리비아 사태 같은 외교 현안 해결에 도움을 주도록 하는 것이 지역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낫지 않겠는가.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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