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농담을 해도 재미있게 말하는 사람과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옷을 입어도 품위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모르게 촌티가 나는 사람이 있다. 흔히 우리는 전자를 고수, 후자를 하수라 부른다. 고수와 하수는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여름 생활방법을 들여다봐도 고수와 하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모두 휴가를 즐기고 시원한 패션으로 자신을 뽐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분명 차이가 있다.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봤다.
◆노출에도 급이 있다
여름 패션은 노출이 많아 자칫하면 민망한 패션으로 전락하기 쉽다. 특히 올여름에는 핫팬츠가 유행이어서 더욱 노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품격 있는 노출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고수와 하수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여름 패션의 키워드는 노출 부위에 고정되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상·하의의 언밸런스다. 상의로 노출이 심한 민소매 또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튜브탑을 선택했다면 핫팬츠 또는 미니스커트를 하의로 입는 것은 금물이다. 상·하의 모두 노출이 심할 경우 자칫 패션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기 쉽다. 굳이 유행을 좇아 핫팬츠를 고집할 경우에는 몸에 딱 붙는 것 대신 조금 헐렁한 것을 골라야 한다. 반대로 상의가 무난하다면 하의는 핫팬츠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 패션에는 속옷도 신경 써야 한다. 겉옷을 잘 입어도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속옷을 잘못 입으면 패션 하수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 속옷은 겉옷과의 매치가 가장 중요하다. 살구색 또는 보정 속옷은 가장 피해야 할 아이템으로 꼽힌다.
손애니(28·여) 롯데백화점 대구점 여성복브랜드 에고이스트 매니저는 "과도할 정도의 노출은 보는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름 패션의 승패는 노출 수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에 달려 있다. 어느 부위를 얼마만큼 노출할 것인가는 체형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 체형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 잘 연출하는 것이 옷 잘입는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가림의 미학을 살려야 수영복이 산다
여름철 필수 아이템 가운데 하나가 수영복이다. 고수가 되기 위한 품격 있는 노출은 수영복에도 적용된다. 무조건 드러내기보다 살짝살짝 감추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수영복을 고를 때 무엇을 겹쳐 입을지를 고려해야 엣지 있는 연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수영복 위에 입을 수 있는 것으로는 재킷(점프 후드·민소매 후드), 점프수트, 선드레스(원피스), 랩스커트, 반바지 등이 출시돼 있다. 소재도 속이 비치는 것과 비치지 않는 것으로 구분된다. 지난해에는 선드레스와 랩스커트가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재킷이나 반바지가 유행이라고 한다. 재킷은 힙까지 덮을 수 있는 긴 것이 많이 판매되는 추세다. 수영복 패션에는 너무 감추는 것도 문제가 된다. 특히 대구 사람의 경우 수영복 위에 과도하게 걸쳐 입는 경향이 있다는 것.
손미숙(38·여) 동아쇼핑 아레나 매니저는 "수영복을 돋보이게 입으려면 어느 정도의 노출은 필수다. 하지만 대구 사람의 경우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지 노출을 너무 꺼려 오히려 패션감각을 해치고 있다. 수영복 위에 재킷 하나만 걸쳐도 충분한데 반바지나 랩스커트까지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은 자연스럽게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화장이 빨리 지워지고 번들거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여름 화장은 한 듯 안 한 듯 하는 것이 포인트다. 하수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계절에 관계없이 화장품을 똑같이 바르는 것. 여름에는 화장품을 적게 사용하는 대신 수시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두꺼운 화장은 물놀이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한다. 방수제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얼룩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선크림 기능 등을 합친 복합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 생얼과 같이 깔끔함을 연출할 수 있다.
과도한 색조화장도 여름철에는 권장사항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눈 화장의 경우 아이섀도를 하지 않고 마스카라만 해도 충분히 눈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영(30·여) 대백프라자 패션·화장품 전문브랜드 바닐라코 매니저는 "자외선 때문에 여름철 화장을 많이 하는데 여름에는 한 번에 많이 바르는 것보다 수시로 자주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인 화장법"이라고 설명했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휴가 스타일은 하수
찜통 같은 더위 탈출을 위해 너도나도 휴가를 떠나는 7, 8월. 남들과 달리 휴가를 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불가피하게 여름 휴가를 가지 못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성수기 여름 휴가를 가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풍부한 여행 경험의 소유자들이다. 여행 전문가들은 휴가를 즐기는 패턴을 보면 고수와 하수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남들 가니까 나도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북적이는 피서지를 찾아 사람에 치이고 바가지 요금에 시달리는 사람은 십중팔구 여행 경험이 적은 반면 자신만의 템포로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면 고수라는 것. 특히 고수들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기보다 풍부한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계획을 짜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 특징이다.
직장인 황병수(48) 씨는 주변에서 여행박사로 통한다. 한 달에 1, 2번꼴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만큼 여행을 즐긴다. 최근에는 여행을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친구, 후배의 여행을 가이드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에게 올여름 휴가 계획을 물어보니 7, 8월에는 여행을 떠나지 않고 일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9월 추석 연휴 전후로 휴가를 내 10일 일정으로 우크라이나를 다녀올 계획이다. 여행계획을 짜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귀었던 친구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전문가 김종욱(34) 씨도 별도로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1998년부터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해 지금까지 60여 개국을 여행했지만 정작 휴가철에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씨는 "자칫하면 휴가길이 고생길이 될 수 있다. 성수기와 비수기 해외여행 경비가 두 배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시기를 당기거나 늦추면 같은 비용으로 훨씬 풍요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가방 크기로도 고수와 하수를 구별할 수 있다. 무겁게 들고 갔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가져오는 물건이 많으면 하수다. 여행 전문가들은 하수들의 가방이 커지고 무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옷 욕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패션쇼장 나들이를 방불케 할 만큼 여러 스타일의 옷을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가방 하나로도 모자란다는 것.
반면 고수는 활용도 높은 물건들만 골라 단출하게 짐을 싼다. 3박 4일 일정이라면 옷은 출발할 때 입는 것을 빼고 두 벌 정도만 챙긴다. 현지에서 쇼핑한 물건을 넣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가방의 반 이상을 비워가는 것도 고수들의 노하우다. 여행전문가들은 두 벌의 옷을 가지고 상·하의만 바꿔 입어도 새로운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옷을 많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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