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이 경남은행 인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하기로 하면서 지방은행 공동지주사 설립을 목표로 경남은행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대구은행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대구은행은 영업권역과 주 고객층이 다른 경남은행을 인수해 공동지주사를 설립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
대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경남은행의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공동금융지주사를 세우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대구은행은 올해 초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에 공동금융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은행들이 규모를 키워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 다양한 복합금융상품을 개발하면 시중은행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부산은행의 반대와 타 은행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공동금융지주사는 물 건너간 상태다. 대신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공동금융지주사의 대안으로 경남은행을 인수해 1지주, 2은행 체제로 가겠다는 생각이다.
대구은행은 경남은행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뒤 공동지주사를 설립하면 타 지방은행들도 지주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 서정원 경영기획본부장은 "지방은행은 지역 정서를 무시해서는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무 외적인 변수가 크다"며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서로 독립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한다면 효과는?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이 합병하게 되면 지방은행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자산규모가 31조원인 대구은행이 24조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자산규모 55조원의 대형지방은행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점포 수도 대구은행 224곳과 경남은행 150곳 등 374곳으로 늘어나고 영업망도 부산경남권으로 확대된다. 경남은행과 영업권역이 전혀 달라 구조조정의 폭풍을 피할 수 있고, 전산망의 호환이 가능해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구은행은 경남은행 분리 매각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자 울산에 개점하기로 했던 영업점 5곳의 설립을 중단하기도 했다.
주 고객 기업의 업종도 다르다. 대구은행은 자동차부품과 IT, 섬유기계인 반면, 경남은행은 해운·조선·완성차 등으로 거의 겹치지 않는다. 400억원 규모로 예정된 차세대 전산망 구축 비용이 절감되고 각종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상품개발비 등도 줄일 수 있다. 증권, 투신, 캐피탈, 저축은행 등 사업 다각화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1조5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수 자금과 지주사 설립에 자금을 투입해야해 당분간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걸림돌은 없나
문제는 인수 비용이다. 경남은행의 순자기자본은 1조4천400억원 수준이다. 통상 은행 벨류에이션인 0.9를 곱한 1조3천억여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할 경우 인수비용은 1조5천억~2조2천억원 사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구은행은 3분의 1가량인 6천억~7천억원은 직접 투입하고 나머지 자금은 외국의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해 인수 비용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증자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 등도 검토 중이다. 대구은행은 내부유보금이 1조2천400억원가량으로 인수 자금 마련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주고 인수한 뒤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자칫 유동성 함정 등 '승자의 재앙'에 빠질 수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인수 자금이 결정되면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이 얼마나 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한다"며 "지주사 설립에 따른 비용 부담도 있기 때문에 3, 4년 정도는 걸려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대구은행의 경남은행 인수 시 기대효과
인수 후 운영방식/ 1지주, 2뱅크 체제
자산규모/31조원(대구은행)+24조원(경남은행)--> 55조원 규모
점포수/ 대구은행 224곳, 경남은행 150곳 등 374곳
본사 위치/대구은행-대구, 경남은행-통합 창원시
주 여신 업종/대구은행-자동차부품, IT, 섬유·기계, 경남은행-조선, 해운, 완성차
지주자 설립시/대형화로 증권, 투신, 캐피탈, 저축은행 등 사업 다각화 가능, 장기적 수익 개선, 영업권 확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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