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 쓰는 기도도량 주지 반야전원 효종 스님

"詩 또한 저의 동반자…"

▲금강경을 독경하고 있는 효종스님.
▲금강경을 독경하고 있는 효종스님.

대구 수성구 황금동 신천지아파트 맞은 편에 조그마한 사찰이 있다. 승보종찰 송광사의 대구포교원이자 기도도량 반야선원(053-768-1559)이다. 반야선원은 수성구 일대에 꽤나 알려진 입시 기도처다. 기도전문도량이다 보니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몇 해 전부터 스스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 이제는 입시철만 되면 수백명의 학부모 불자들이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다.

반야선원의 주지는 효종 스님이다. 스님은 지역에선 드문 '스님 시인'이다.

'그리워하던 날들은 어쩌고/바람 부는 날 바람처럼 바람따라 떠나려는가/바람은 그 어디에도 집을 짓지 않는 법/그리워하던 날들은 어쩌고 덧없이 바람 부는 날/바람따라 가라는가 지고지순한 연인이여/어찌 집 없는 바람에 무너지랴/바람을 밀치고 바람을 밀쳐내고/이 인연의 자리에 머무소서.' 스님이 쓴 시 '바람 부는 날'이다.

스님은 '바람 부는 날'로 올 초 문예계간지 '문학예술'의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인으로 공식 등단한 것이다. 5월에는 대구에서 '시화전'도 열었다. 스님이 시와 함께 직접 그린 '서화'는 미술학도의 솜씨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스님은 지난달부터는 대구문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스님은 문학청년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시인을 꿈꿨다. 비록 불가에 들어오면서 그 꿈을 미뤄야 했지만 짬짬이 써온 시는 결국 30여년 만에 학창시절의 꿈인 '시인'으로 스님을 다시 태어나게 한 것이다.

"부끄러운 졸작이지만 시는 저의 또 다른 동반자입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시도 쓰겠습니다."

요즘 스님은 수험생 자녀들을 준 부모들과 함께 철야 기도정진을 하고 있다. 11일이 올해 대입수능 100일 기도의 첫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절에 오는 불자와 수험생을 위해 다시 스님으로 돌아간 것이다.

스님은 기도와 시를 쓰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했다. 스님은 오전 5시면 어김없이 불자들과 함께 예불기도를 하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9시에도 금강경 독경과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송을 하고 있다. 기도 강행군인 셈.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불가의 사람으로서 그 애절함과 소원 성취를 위해 같이 할 뿐입니다." 스님은 학부모들과의 100일 기도를 끝내면 다시 시인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종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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