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치매나 중풍처럼 장기간의 간병이 필요한 환자가 있으면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한 가정불화가 생기기 쉽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치매환자를 둔 가정이 늘고 있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수는 46만여 명.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4명꼴에 1명이 치매의 위험이 높은 경도인지장애다. 치매로 인한 의료비 지출만 매년 3천~4천억원에 이르고 사회적 비용을 합산하면 3조~8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치매는 고령화시대에 정부와 가정이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이다.
과거 사람들은 치매를 '노망'이라고 부르면서 나이를 먹게 되면 피할 수 없이 필연적으로 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치매가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생리적인 현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규칙적인 운동으로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고 비타민D 수준을 유지한다면 치매 발생위험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국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치매발생위험은 40% 감소했다. 반면 신체활동수준이 낮은 사람은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에 비해 치매가 생길 확률이 45% 더 높았다. 이러한 경향은 남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 혈중 비타민D 수준이 높을수록 인지기능 장애의 위험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제시됐다. 비타민D가 부족한 사람들은 인지기능 장애의 위험이 42% 더 높으며, 심각한 비타민D 부족증이 있으면 무려 394% 더 높았다. 연구진은 "혈중 비타민D 수준이 낮아짐에 따라 인지장애가 있을 확률은 증가한다"고 밝혔다.
게이트볼은 노인들의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혈중 비타민D 수준도 높일 수 있는 아주 좋은 운동이다. 걷기와 스틱을 치는 동작으로 구성된 게이트볼은 고령자들에게 최적의 운동 강도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걷기운동은 체중을 지탱하면서 다리와 허리근육을 움직이는 동시에 가슴, 팔, 복부근육까지 움직이게 해준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운동 강도가 높지 않아 부상의 위험 없이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비타민D는 피부가 햇볕에 노출될 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므로 노인들을 위한 야외운동으로 제격인 셈이다.
게이트볼은 '지혜 겨루기' 또는 '머리의 스포츠'라고 할 정도로 정확한 상황판단과 '어떻게 게임을 펼칠 것인가' 하는 게임 추정능력을 필요로 한다. 경기 중 두뇌를 사용해야 하는 전략 중심의 스포츠로 사고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게이트볼은 전국의 각 동단위로 동호인이 조직돼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생활스포츠이다. 가로, 세로 약 20m의 정방형 구장에서 스틱으로 볼을 쳐서 게이트를 통과시키는 경기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단순한 생활스포츠가 노령화시대의 국민 건강을 지켜주고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를 절감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종균(운동사) 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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