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감기나 몸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졌다. 여름철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고 하지만 지금은 직장인, 학생, 가정주부 너나 할 것 없이 무더위 속 감기증상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바로 이러한 증상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냉방병이다. 냉방병이란 에어컨 사용 등으로 차가워진 실내와 더운 실외와의 온도 차이가 스트레스가 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인체 스스로 온도변화에 대응을 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낮아져서 감기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냉방병이란 참 독특한 병이라 할 수 있다. 여름에 더워서 생기는 병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이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냉방을 한 것이 오히려 인체에 무리를 주어 병이 생기고,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긴소매 겉옷을 입고 따뜻한 물이나 차로 수분을 섭취해야만 한다니 참 아이러니하고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언가가 지나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비단 냉방병 하나이겠는가. 그 중에서 가장 냉방병과 비슷한 상황이 우리 부모들의 자녀양육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대학병원에 있다 보면 많은 아이들을 접하게 된다.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의 수도 부쩍 늘었고, 한창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해야 할 10대 청소년들이 직장인들처럼 만성피로로 병원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린 아이 특유의 호기심이나 의욕도 없고 40, 50대처럼 피곤함에 축 쳐진 이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 부모 세대가 냉방병과 같이 어떻게든 아이들을 덜 고생 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 지나친 간섭과 당장의 도움으로 주위 환경을 너무 보호해 주다가 보호막이 없는 상황에서 무언가 극복하고 잘 해 보려다 부모-냉방병에 걸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라는 김훈 선생님의 글처럼 우리도 우리 자녀들에게 쉬운 길, 편한 길, 조금 덜 고생하는 길을 선택해주는 대신에 비록 힘들지만 의미 있는 길, 가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북돋워주고 함께 대화함으로써 험난한 세상을 이겨나갈 용기를 길러줘야 하겠다.
올여름은 비록 덜 시원하겠지만 부채나 선풍기로 더위를 이겨내 볼까 한다. 자녀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 에어컨만큼은 덜 시원하겠지만 여름의 무더위가 뭔지 느끼게 하고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정신력과 체력도 기를 수 있도록 부모들의 손 부채질로 자녀들의 몸과 마음에 사랑과 관심을 불어준다면 조금은 자녀들의 부모-냉방병도 나아지지 않을까?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이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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