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홍콩국제공항(첵랍콕 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75년간 홍콩의 관문역할을 한 곳은 카이탁(KaiTak) 공항이었다. 하지만 도심에 있었던 카이탁 공항은 이·착륙할 때 도심의 고층 아파트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비행을 해야 해 전 세계 조종사들에게 스트레스 주범으로 악명을 떨쳤다. 심지어 승객들 사이에서는 "착륙하면서 아파트에 널어 놓은 빨래를 걷으며 내려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회자됐다.
홍콩 당국은 카이탁 공항의 시설 부족과 도심공항의 한계 때문에 신공항 부지를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자 도심에서 서남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바다를 메워 첵랍콕섬을 조성, 이곳에 신공항을 만들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앞두고 부산시는 해상공항이 세계적 추세라며 가덕도 해상에 신공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세계 주요 공항들의 입지 현황과 해상공항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과연 '해상공항'이 대세인가?
부산은 1990년대 이후 건설된 세계적 공항은 대부분 해상공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상(인공섬)공항은 1975년에 개항한 일본의 나가사키 공항이 세계 최초이고 1994년 개항한 간사이 공항과 2005년 1단계 개항한 주부 공항이 대표적이다. 순수 해상공항은 손꼽을 정도이고 모두 일본에 세워졌다.
부산시가 동남권신공항 건설의 모델이자 해상공항 성공사례로 드는 홍콩 첵랍콕 공항은 사실상 우리 나라 인천공항과 같은 섬 확장형 공항이다. 란타우섬 앞바다를 메워 만든 첵랍콕섬에 만들어져 엄밀히 말하면 내안공항이다. 실제 여객 및 화물 운송기준 세계 30대 공항 중에는 주요 대륙의 관문 역할을 제대로 하는 해상공항은 찾아보기 힘들고 50대 공항으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순수 해상공항은 아시아의 3, 4곳에 불과한 실정.
권창기 울산발전연구원 기획실장은 "첵랍콕 공항이 순수 해상공항이라고 쳐도 해상공항의 강점 때문이 아니라 홍콩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홍콩이 첵랍콕섬에 공항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초고층 빌딩숲으로 이루어진 도시 특성 때문이었다는 것. 기존 카이탁 공항을 확장하기에는 주변 규제가 너무 많았고 이·착륙 안전성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또 도심에 인접해 소음, 공해 등 환경문제에 따른 시민 반발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홍콩 당국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박경진 우주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해상공항과 내륙공항 특성' 비교에서 "인공섬에 들어서는 순수 해상공항은 일본의 나가사키·간사이·주부 공항 등이 대표적인데 이는 지리적·지형적 특성과 민원에 따른 일본의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공항은 일본만의 특수한 상황
오사카(이타미) 공항은 1960년대 중반 일본 경제발전의 영향으로 급증하는 항공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확장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간사이 신공항 후보지 주변 지자체가 신공항에 대해 반대 일색이었다. 효고현, 오사카부, 센슈, 와카야마 등 4개 지역 모두 공항 조성에 극렬히 반대해 결국 해상공항으로 방향을 튼 경우다.
오사카 공항은 인근에 대도시가 포진, 확장 여지가 없었고 특히 항공기 소음으로 소음 대책과 야간비행 금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법원에 의해 인정돼 결국 해상 신공항인 간사이 국제공항을 건설하게 됐다.
해안도시의 경우도 해안가에 위치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와 미국의 허브공항인 상해 푸둥 공항과 뉴욕 존에프케네디(JFK) 공항은 내안·내해 공항이다. 이들 공항은 공항 개발과 자국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한 최적지가 도시 주변 내안가여서 해안에 자리 잡은 경우다.
정웅기 대구경북연구원 교통물류실장은 "전 세계 주요공항은 대부분 내륙형이다. 내륙공항은 다수 항공수요 거점으로부터 접근성이 양호하고 공사비와 유지비가 해상형에 비해 적게 든다"고 밝혔다. 또 "해상공항은 확장성에 유리하고 소음문제, 24시간 운영에 강점이 있다"면서도 "다수 항공수요 거점으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지고 매립자재 확보가 어려우며 해상오염, 보상문제와 공사비 및 유지관리비가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일본 토목학자들도 해상공항은 실패작
해상공항은 침하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염분에 의한 구조물의 염해와 열화 문제가 있다. 또 시공 중에 평균 15m 정도의 침하가 발생, 일본 토목학자들도 실패작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1994년에 2조엔을 투입해 건설된 일본 간사이 공항의 경우 건설된 지 5년 이후 지반이 11m나 침하돼 1조2천억엔의 공사비가 추가로 들어갔다. 간사이 국제공항의 건설비 2조엔은 당시 원화환율로 약 13조원이 소요됐고 1990년대 초반 물가기준과 지금의 한국의 물가기준을 고려하면 약 20조원에 육박한다.
권창기 실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장기 경기침체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 필요성이 있었고 민원 때문에 해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또 주부 공항 경우 기업 도요타를 지원하고 나고야 국제엑스포를 지원하기 위한 특수목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해상공항의 부동침하 등을 막기 위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돈을 퍼붓고 있지만 공법상 완전대책을 세우지 못해 일본에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간사이 해상공항보다 더 지형조건이 안좋은 가덕도 해상에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엄청난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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