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80대 20 법칙의 교훈

맥주 80%는 20%의 애주가가 소비한다. 자동차 사고 80%는 20%의 운전자가 일으킨다. 범죄 80%는 20%의 범죄자가 저지른다. 백화점 매출 80%는 20%의 고객이 이끌어 낸다. 회사의 핵심 제품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소위 말하는 80대 20의 법칙이다.

빌프레도 파레토의 법칙이다. 그는 이탈리아 토지 80%를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결과는 20%가 80%의 결과를 도출해 낸다는 논리로 발전했다. 후에 각종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용하기 시작했다. 엉성할 것 같은 이 법칙이 사회 현실을 이해하는 데 명쾌함을 주자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 법칙은 개미와 벌과 같은 곤충들의 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개미들을 보면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는 20%다. 나머지 80%는 빈둥거리며 논다. 벌도 마찬가지다. 꿀을 열심히 나르고 벌집을 짓고 육아도 하는 벌은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일하기 싫어 벌통 바닥이나 빈 공간에서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나 개미와 벌들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80%를 비난할 수 없다. 철저하게 합리적인 분업을 수행, 불만 없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만약 벌과 개미 중 빈둥거리는 80%를 다른 곳으로 분리시키면 어떻게 될까. 남아 있는 20% 중에서 다시 20%밖에 일을 하지 않는다. 80%의 벌과 개미에게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새롭게 일하는 20%의 일꾼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왜 이럴까. 빈둥거리는 80%가 결코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역할을 발휘해야 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적이 침입하면 움직이는 개미와 벌들이 따로 있다. 또 일개미나 일벌들이 일을 하다가 죽거나 지치면 빈둥거리는 개미나 벌들이 나선다. 게으른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지 20%로 진입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법칙을 인간 사회와 결부지으면 어떨까. 인간사회 구조도 이렇게 합리적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인간 사회의 80대 20의 구조는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간 사회에서 20%는 개미와 벌처럼 부지런하지 않고 게으른 20%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와 지위, 신분을 이용해서 노력 없는 20%의 지위를 누리려 하는 경우가 그들이다. 그래서 인간 사회는 늘 갈등이 존재한다.

개미와 벌들의 생활에서 인간들이 배우자는 것은 그들의 분업이다. 그 분업의 핵심은 자기 역할에 대한 성실성이다. 결국 80대 20의 법칙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수행하라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경북대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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