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이 선정한 '올해의 청년작가' 중 서예 부문의 이윤숙(37)은 고답적인 서예를 벗어나고자 애쓴다. 지금의 서예가 현대적 시각예술로 거듭나지 못하는 이유가 '법'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의 작품 속 글씨들은 저마다 개성있게 춤춘다. 그는 나란히 줄지어 글씨 쓰기를 거부하고 '낙관은 붉은 색으로 두 개 찍는다'는 것도 거부한다. 검은색으로 낙관을 찍기도 하고 작품 중간에 불쑥 낙관이 끼어들기도 한다. 먹은 자연스레 번져 글씨가 되고 비뚤비뚤한 글씨는 '이것이 서예 작품이 맞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는 햇수로만 따지자면 30여년 간 붓을 잡아왔다. 하지만 '서예가'로 남기는 거부한다. "10년 전부터 전통서예의 임서(臨書:글씨본을 보면서 글씨를 씀)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어요. 현대인들의 시각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죠. 오랜 고전을 어떻게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는 '흑백 대비와 선'이라는 본질만 남겨둔 채 서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했다. 소재는 고대 문자. 이집트, 신라 토기의 글씨 등 나라와 관계없이 오래된 문자를 현대에 끄집어냈다. 그것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개념적인 작품도 있다. 서예글씨로 흰 여백을 완전히 메운 뒤 그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긁듯이 갑골문자를 썼다. 평면을 거부한 작품도 눈에 띈다. 흰 종이를 입체로 접어 바탕에다 촘촘히 붙인다. 그 위에 획을 그으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는 낮엔 서예학원을 운영하지만 오로지 예술가로 살기 위해 밤새 창작에 몰두한다. 서예계에서 '엄마 없는 자식'이라고 불릴 만큼 스스로를 고독하게 몰아붙였다.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서예계 풍토가 싫어 공모전엔 응모하지 않았다. 시행착오라 해도 괜찮다. 그는 "어설프겠지만 나이에 맞는 고민과 작품으로 시행착오를 겪어야 군더더기를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서예 이외의 각종 디자인, 회화, 설치 전시와 관련 서적을 읽는다. 그의 작품은 서예와 현대미술과의 접점을 추구한다.
그는 '서예 작품은 볼 것이 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한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해독하지 말고 그저 느껴달라'고 주문한다.
"서예의 미래는 긍정적입니다. 우리나라 서예계가 유독 고전에 얽매여 보수적이지만 이미 다른 나라는 서예가 현대 미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언젠가 세계의 관람객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끊임없이 준비할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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