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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한 부장판사가 남긴 글 속 '지도층의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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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원고·피고 의심하다 부모까지 의심하는 직업병"

"판사는 생산적인 직업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토하거나 배설한 물건들을 치우는 쓰레기 청소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음 속에 저울을 달고 사는 사람들이 판사입니다."

조울증에 시달리다 지난달 31일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숨진 대구지법 A(49) 부장판사는 평소 판사직에 대한 회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말 자신이 다니던 교회 홈페이지에 '판사들의 직업병'이라는 글로 고민의 흔적을 남겼다. A부장판사는 판사직이 다들 선망하는 직업이며 보람된 일이 많긴 하지만 온갖 애환에다 직업병에 시달린다고 토로했다.

"판사직은 의심하는 직업"이라고 한 A부장판사는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판사가 되길 강권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생산적인 일을 하며 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또 그는 "민사사건에서는 원고와 피고, 형사사건에서는 검사와 피고인 모두를 의심해야만 하는 것이 판사의 직분"이라며 "의심과 마음의 저울이 법정에만 국한된다면 다행이지만 사회 생활, 대인관계, 가족관계에서도 홀연 드러나 아내와 부모님의 말마저 의심하곤 하니 참으로 한심하고 끔찍한 직업병"이라고 했다.

과한 업무에 대한 고민도 토로했다. "판사는 승진할수록 업무량이 많아지는 묘한 직업이다. 대법관은 명예 하나를 위해 엄청난 양의 소송기록과 밤새워 씨름하는 등 고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A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유서를 남긴 채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경찰은 A부장판사가 2, 3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아 지난해 1년간 휴직 후 복귀했으나 완치가 되지 않은 탓에 재판 대신 조정 업무만 맡아왔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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