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수 야구토크] 양준혁의 은퇴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이 올 시즌이 끝난 뒤 18년간의 선수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공식 은퇴 기념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사실상 그라운드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갑작스런 그의 은퇴 선언에 많은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화끈한 플레이와 남긴 기록이 너무 크고 많기 때문이다. 그가 남긴 발자취를 어떤 수식어로 포장할 수 있을까? 어떤 수식어도 그를 칭찬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대구 남도초교와 경운중,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를 거쳐 영남대를 졸업한 양준혁은 1993년 '파란 유니폼'을 자랑하는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그는 선수협의회 파동으로 해태로 트레이드됐다가 LG를 거쳐 3년간의 이방인 생활을 한 후 다시 삼성으로 돌아오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그는 프로 데뷔 이전 아마추어 시절부터 화려했다. 1988년 영남대 1학년 때 대학선수권대회에서 타율 0.545로 타격왕에 올랐고, 1989년 대학 추계리그에선 도루상을 수상했다. 그 때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돼 '양신'으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양준혁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구단에 바로 입단할 수 없었다. 삼성이 1992년 투수 김태한(현 1군 투수코치)을 1차지명하면서 양준혁은 상무로 발길을 돌렸다. 2차 지명으로 쌍방울에 갈 수 있었지만 양준혁은 상무 입단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의 파란 유니폼을 입기를 원했다.

그가 남긴 기록을 한번 들여다보자. 가장 눈에 띄는 기록은 16년 연속(1993~2008년) 규정 타석을 채운 것이다. 타자가 규정타석(경기수× 3.1)을 채웠다는 것은 매년 주전으로 뛰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그는 통산 타율 0.318를 기록했다. 3할을 넘기지 못한 해는 이 기간 단 3번(2002, 2005, 2008년)뿐이었다. 개인최다 출장(2,131경기)과 최다 타수(7,325타수)는 다른 선수들이 넘보기가 쉽지 않은 기록들이다. 통산 타점(1,389점)과 득점(1,299점), 안타(2,318개), 홈런(351개)도 1위다. 통산 타율(0.318)과 출루율(0.418)은 2위다.

앞으로 이 기록을 넘어설 선수가 나오기가 쉽잖아 보인다. 이 정도의 기록을 낼 선수는 해외 진출을 선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양준혁의 기록은 대학 졸업 후 달성한 것이라 더욱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양준혁은 평소 입버릇처럼 이야기한 2,500안타를 남겨두고 전격 은퇴하면서 "후배들의 앞길을 막기 싫다. 대타로 나서면서 엔트리 하나를 까먹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은퇴 발표 전날 올스타전에서 대구 야구팬에게 마지막 홈런을 선물했다.

지금까지 야구계의 슈퍼스타는 많았다. 이들은 화려한 기록을 남긴 채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야구밖에 몰랐던 양준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양준혁이 코치로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야구팬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삼성은 양준혁이 새로운 삶을 잘 개척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배려해야 할 것이다. 양준혁이 훌륭한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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