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부 학교장, 사업체 등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에게 청탁성의 당선 축하금과 금품을 전달했다가 되돌려받은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는 지난 6월 초 장만채 전라남도 교육감이 교육청 일부 간부들로부터 당선 축하금 명목의 돈 봉투를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폭로한 것과 판박이로, 지역 교육계의 비리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우 교육감은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교육 비리 신고 포상금을 5천만원으로 올렸다. 취임 후 변화의 강도가 너무 센 것 아니냐"고 하자 "사실은 참 당혹스런 일이 있었다"며 뜻밖의 얘기를 털어왔다.
그는 "당선자 시절 3건, 교육감 취임 후 3건 등 두 달 사이 무려 6건이나 청탁과 함께 금품을 놓고 가는 인사들이 있었다"며 "교육에 몸담은 후 처음 겪는 일이라 정말 불쾌했다"고 전했다.
우 교육감에 따르면 지난 6월 당선자 사무실이 있던 대구시 교육과학연구원(수성구 황금동)으로 3명이 인사를 하겠다며 따로 찾아와 봉투를 놓고 갔으며, 7월 취임 후에도 또 다른 3명이 교육감실로 찾아와 직접 금품을 놓고 갔다는 것.
우 교육감은 "6명 중에는 교육장 인사를 부탁하러 온 현직 교장들과 교육청 전문직, 업체 관계자 1명 등이 포함돼 있었다. 모두 안면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인사라며 봉투를 놓고 가기에 열어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떠안기다시피 돌려줬다"고 혀를 찼다. 이들 중에는 사전에 면담을 요청한 사람도 있었지만, 일과 중에 불쑥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는 것.
교육감실을 방문한 한 업체 관계자는 고가의 선물을 놓고 가기도 했다. 우 교육감은 "선물을 두고 갔다기에 비서실 직원한테 포장을 뜯어보라고 시켰다. 작은 볼펜이 들어 있어 백화점에 알아보게 했더니 시가 130만원짜리 스위스제 몽블랑 볼펜이었다"며 곧바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은 이번 일이 있은 후 교육감 내실에 누가 들어오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칸막이를 치우는 등 방까지 개조했다고 말했다.
우 교육감은 "금품을 아무 거리낌 없이 '인사'라며 놓고 가는 걸 보고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이 밀려왔다"며 "얼마 전 전체 교장회의에 갔더니 청탁을 한 당사자들이 얼굴이 벌건 채 앉아 있었다. 이런 얘기를 어디 내놓고 할 데가 없다"고 개탄했다. 우 교육감은 이날 대구 전체 교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잘못된 인사 관행만 없애도 교육 비리의 절반은 근절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우 교육감은 "(나에게) 청탁을 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칠 것"이라면서도 "학부모,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교육계 내부부터 각종 청탁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내부 부패 신고 보상금을 최고 5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등 각종 교육 비리에 대한 엄벌을 천명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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