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위한 냉방 보조금, 직원위해 '펑펑'

사무실 에어컨 '씽씽'…대합실은 선풍기만

2일 오후 2시쯤 문경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승객들이 찜통더위 속에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부채로 더위를 쫓고 있다.
2일 오후 2시쯤 문경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을 찾은 승객들이 찜통더위 속에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부채로 더위를 쫓고 있다.

문경시로부터 주민들을 위한 냉·난방시설 가동 등의 명목으로 2억원에 이르는 특별지원금을 보조받은 문경시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냉방시설을 가동하지 않아 승객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터미널 측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관리사무실과 매표소의 에어컨은 틀고 있는 반면, 승객들이 모여 있는 대합실에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아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은 2008년 냉·난방시설이 없고 화장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열악해 이용객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재정 상황이 어려운 점을 들어 시에 에어컨 설치 등을 위해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문경시는 다른 자치단체와 같이 시내버스 운영자에 유류비 지원 등은 해왔으나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외버스터미널의 냉·난방 시설 설치 등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특혜 논란 등이 우려돼 난색을 표했었다.

하지만 시외버스터미널이 관광 문경의 관문인데다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문경시는 시의회 의결을 거쳐 2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터미널 측은 최신식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대합실과 화장실 등을 새로 단장했다.

이렇게 냉·난방시설을 설치하고도 터미널 측은 폭염이 지속되는 요즘 대합실 에어컨을 전혀 가동하지 않아 승객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낮 최고기온이 36℃를 기록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기자가 찾은 시외버스터미널은 관리사무실과 매표소 등에는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는 반면 승객들이 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선풍기 2대만 돌리고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승객 신모(37) 씨는 "휴가철 승용차가 밀릴 것을 예상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휴가를 왔는데 대합실이 찜통이라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54·문경시 모전동) 씨는 "주민을 위한 냉·난방시설 설치를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냈으면서 정작 삼복 더위에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것은 주민을 업신여기는 것 아니냐"며 터미널 측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터미널 한 관계자는 "대합실까지 에어컨을 켜면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며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오후 2시 정도에는 에어컨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1986년 완공된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은 (주)경기고속이 직영하고 있으며 직행·고속버스 등 매일 650여 대의 버스가 드나들면서 하루 평균 1천400∼2천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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