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저] 인간, 두둥실 구름이 되어…

창공의 낭만 패러글라이딩 체험

하늘을 떠다니면서 다소 긴장은 했지만 전에 느껴보지 못한 뻥 뚫린 듯한 자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하늘을 떠다니면서 다소 긴장은 했지만 전에 느껴보지 못한 뻥 뚫린 듯한 자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새처럼 날 수 없을까.'

하늘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욕구가 탄생시킨 것이 바로 비행기다. 인공적인 추진체로 떠오르는 비행기를 통해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의 조그마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왠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마치 스크린 화면으로 보이는 영상처럼 무미건조하다. 이 때문에 하늘을 진정으로 느끼고 싶은 이들은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에 빠져든다. 패러글라이딩이라고 하면 보통 동호회를 생각하기 쉽다. 당연히 사전 훈련이 필요하고 비싼 장비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패러글라이딩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문경활공랜드에 가면 2인승 체험비행이 가능하다.

2일 대구에서 자동차로 1시간 40분 정도 이동하자 문경 산골짜기에 이르렀다. 차창을 열자 공기부터가 달랐다. 푹푹 찌는 열기는 어느새 사라졌고 서늘한 기운이 성큼 전해졌다. 가을이 온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문경활공랜드가 가까워지자 저 멀리서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딩이 여럿 보인다. 문경활공랜드 이륙장은 문경시 문경읍 고요리에 자리한 단산에 위치해 있다. 해발 956m의 단산의 8부 능선쯤에 이륙장을 마련한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4, 5㎞를 굽이굽이 올라 도착한 제2 이륙장. 해발 850m에 우뚝 솟아있는 전망대 뒤쪽으로 널찍한 터가 있다.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타려고 준비가 한창이다. 모두 2인승 체험비행을 하려는 이들이다. 파일럿(전문 조종사)이 캐노피(canopy'날개)를 펼치자 "뛰어" 하는 고함소리가 연방 들리면서 체험자와 파일럿이 한몸이 돼 하늘로 떠간다. 타기 전에는 두려움에 "어떡해, 어떡해"라며 혼잣말을 내뱉던 한 여성은 공중에 뜨자마자 신나게 탄성을 지른다. 조용히 타는 다른 체험자와 달리 제대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듯하다. '도대체 어떤 기분일까' 자꾸만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날씨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뿌연 안개로 밑이 흐릿하게 보인다. 패러글라이딩은 날씨와 바람의 영향이 무엇보다 크다. 기류만 잘 타면 2, 3시간 비행도 곧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바람이 적어 오랫동안 공중에서 머무는 것이 어려웠다. "봄이나 가을에 비행하기가 가장 좋죠. 온도 차가 심해 상승기류가 많이 생기거든요. 상승기류가 있어야 패러글라이딩이 공중에 오래 떠있을 수 있어요." ㈜문경활공랜드 신성철 팀장이 옆에서 설명해준다.

이제 기자의 차례다. 신 팀장과 한 조로 패러글라이딩 체험이다. 헬멧과 상의, 장갑, 무릎 보호대 등 안전 장비를 갖추니 겁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까마득한 평지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뛰어요"라는 소리와 함께 다리를 열심히 움직였다.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느낌이다. 이내 발 밑이 떠있는 모습에 순간 아찔했다.

해발 800m 높이의 공중에 떠 있다는 것 자체가 잘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 글라이더에 몸을 맡기고 주위를 감상하세요." 세상은 고요했다. '휙휙' 하는 바람소리만 귓가에 울릴 뿐이다. 긴장한 탓에 줄을 잡은 팔에 힘이 빠지지 않는다. 한 차례 심호흡을 하자 긴장이 다소 풀리고 아래쪽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안개로 흐릿했던 풍경이 점차 선명해진다. 초록빛 논 사이로 손톱만한 크기의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간다.

두둥실 떠다닌다는 느낌은 그야말로 자유였다. 비행기에서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다.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된 듯하다. 주흘산과 주령산, 포암산, 대미산, 백화산 등 인근을 둘러싸고 있는 백두대간 산들의 경관이 화려하다. 떠다닌다는 느낌에 어느 새 절반을 내려온 것도 몰랐다. 멀게만 느껴지던 논들이 조금씩 가까워진다. "지형이 분지 형태를 이뤄 상승기류 형성에 좋은 조건인데다 서'북풍이 지속적으로 불어 활공이 안정적이라 마니아들 사이에 최적의 활공장으로 알려져 있죠. 이곳에서 2차례나 세계 대회인 패러글라이딩월드컵을 개최한 적이 있어요." 착륙장에 가까워지자 밑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의 수다가 들리기 시작한다. 빙빙 돌던 패러글라이딩이 드디어 지면에 착륙한다. 파일럿의 안전한 착륙에 별 어려움 없이 지면에 내려앉았다. 착륙하고도 한참 동안 붕 뜬 기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10여 분의 비행은 마치 꿈을 꾼 듯하다. 전에 느껴보지 못한 뻥 뚫린 듯한 자유로움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기자가 착륙하고 얼마 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러자 한 교관이 무전기에 대고 "비행 취소"라고 외친다. "비가 오면 캐노피가 비에 젖어 무거워지기 때문에 위험해요. 또 캐노피만 450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장비 보호 차원에서도 비행을 하지 않죠." 운이 좋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허탕칠 뻔했으니까 말이다. 옆에서 체험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날 비행을 못한다는 이야기에 실망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2인승 체험 비행은 날씨와 스케줄 등의 이유로 사전 예약이 필수다. 한 번 비행하는 데는 1인당 12만원이 들며 비행 중 사진 촬영도 해 준다. 문경활공랜드 사무실은 착륙장 인근에 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flyingland.kr)를 참고하면 된다. 054)571-4675.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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