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책을 구매하는 기준은 다르다. 전공서적류가 아니라면 입소문, 지은이의 지명도, 출판사 브랜드, 주제, 책 디자인, 가격 등이 책을 구매하는 기준이 된다.
제목이나 디자인이 그럴듯해서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은 한두 장 넘기다 보면 '그렇고 그런 책'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에 반해 이른바 메이저 출판사가 만든 책은 어림잡아도 일정한 수준 이상을 담보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저 출판사'와 '무명 출판사'의 출판 메커니즘에 어떤 차이가 있기에 메이저 출판사는 대체로 괜찮은 책을 펴내고, 무명 출판사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출판계 종사자들은 "어떤 책이 팔릴 것인지, 어떤 책이 안 팔릴 것인지는 신(神)도 모른다"고 말한다. 성공과 실패는 책을 출판해봐야 안다는 말이다. 그래도 메이저 출판사들이 출판할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있다.
◆ 어떤 원고를 선택하나
큰 출판사나 작은 출판사나 책을 내기 전에 '기획회의' '원고 검토' '수정의견' '편집제작'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메이저 출판사의 편집자들이 '책의 수준을 면밀히 검토한 뒤 출판을 결정'하는데 반해 소규모 출판사는 책을 선별하기보다 '출판 그 자체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휴먼앤북스 하응백 대표는 "책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원고다. 원고는 지은이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좋은 지은이를 확보하는 것이 좋은 책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비용과 인력이 풍부한 큰 출판사는 좋은 저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영세한 출판사에 비해 월등히 많다"고 말한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 판매관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출판사에 역량 있는 지은이가 선뜻 원고를 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역량이 점검되지 않은 지은이는 이른바 큰 출판사에서 책을 내기가 어렵다.
결국 메이저 출판사는 좋은 원고를 찾지 못해 안달이고, 역량이 약한 지은이는 마땅한 출판사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것이다. 예외는 있다. 예컨대 순문학을 지향하는 작가의 경우 '책이 덜 팔리더라도' '책을 잘 팔아주지 않더라도' 문학 전문 출판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또 메이저 출판사의 경우 설령 팔릴 만한 책이라고 할지라도 '자기계발서'와 같은 유의 책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 편집과정과 마케팅
이른바 메이저 출판사는 직원이 많고 출판까지 단계가 많으므로, 기획안이나 원고가 책으로 발간되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작은 출판사라면 편집장 한 사람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큰 출판사는 편집장의 역량에 내부 의견, 독자 모니터 요원 등 다양한 검증과정을 거칠 수 있다. 그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편집 역시 책의 콘셉트를 살리고,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사진이나 일러스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영세한 출판사의 경우 이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적다. 올 컬러(4도)로 만들어야 빛이 날 책을 비용 절감을 이유로 2도나 1도로 만든다면 책 꼴이 나지 않고, 언론사나 서점 담당자, 독자 모두의 관심을 끌지도 못한다. 마케팅 단계에서도 출판사 간의 역량 차이가 뚜렷하다. 작은 출판사의 경우 광고비, 서점 홍보비, 인터넷 매체 홍보비 등을 생각하기 힘들다.
◆ 자비 출판을 않는 이유
영세한 출판사들은 지은이가 자비를 들일 경우 일단 출판을 고려한다. 대구의 한 출판사 대표는 "지은이의 구매비용을 통해 제작비를 뺄 수 있으니 당장 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은이가 구매하고 남은 분량을 팔면 회사의 수익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금 회전을 위해 '자비 출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대형 출판사의 경우 '자비 출판'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즈덤 하우스 편집자 이효선 씨는 "자비 출판의 경우 지은이가 구입하는 책 말고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을 만들어도 돈이 별로 남지 않고, 그렇고 그런 책을 출판해 오히려 출판사의 이미지만 훼손되기 때문에, 자비 출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한편 자비 출판의 경우 지은이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 상당의 책을 구입하는 선에서 대체로 계약이 이루어진다.
◆ 출판 비용은 어느 정도
책에 따라 출판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1도 책의 경우 정가의 20%가 순수 제작비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 인세 10%, 광고비, 판매관리비(유통) 등을 고려하면 대략 정가의 50% 정도가 제작비에 해당한다. 서점에 도서 정가의 55∼70%(인터넷 서점 55%, 도매상 60%, 소매상 70%)에 공급되는 점을 고려하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셈이다.
소설의 경우 3천 권을 찍어 모두 팔면 겨우 손익 분기점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사진이나 일러스트가 들어간 올 컬러 책이라면 순수 제작비만 30, 40%를 차지하므로 수익은 더욱 줄어든다. 책 팔아서 부자되기 어렵다는 말은 이런 구조에서 비롯된다. 휴먼앤북스 하응백 대표는 "3천 권을 팔아도 수금률은 85% 정도이기 때문에 사실 3천 부를 팔아서는 적자다"고 말한다.
그러니 결국 수익을 내려면 제작 부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1만 부씩 찍으면 수익이 남는다. 그러나 1만 부를 찍었다가 팔리지 않으면 적자 폭만 커질 뿐이다. 그렇다고 정가를 무조건 올릴 수도 없다.
소비자가 확실한 전공 분야 서적이 아닌 이상 정가가 1만원 안팎을 벗어날 경우 판매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매자가 확실한 전공서적의 경우 정가를 높이 책정하더라도 살 사람은 산다. 따라서 이런 경우 정가를 높이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정가가 2만원 이상일 경우 2천 부만 판매해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전공서나 특정 분야로 자리매김한 출판사는 이런 전략을 편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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