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서구 상중이동 퀸스로드 공원. 한낮의 폭염은 가셨지만 몸에 착 달라붙은 끈끈한 무더위가 불쾌감을 더할 즈음 인근의 청소년들과 주민들이 하나 둘씩 모였다. 별다른 무대 장치 없는 이곳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6선의 홍사덕 국회의원이었다. 청소년 시절부터 다독(多讀)으로 유명하고, 유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그가 '청소년들과 홍사덕의 한여름밤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서구에서만 3년째 행사였고, 홍 의원 개인적으로 23년째 이어오는 자리였다. 청소년들 앞에 선 홍 의원은 노회한 정치인이 아니라 산전수전을 겪은 인생선배였다. 고대 그리스의 한 소피스트가 아고라에 모인 젊은이에게 자신의 인생철학을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의 메시지는 짧았지만 분명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험한 말은 자신의 내면을 황폐화시킨다. 앞으로 1주일 동안 험한 말, 욕설, 남을 헐뜯는 말, 비방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 봐라. 1주일 후 내면의 영혼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또 "꿈을 놓치지 않는 자세와 자신의 내면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 평생 동안 변하지 않을 친구 한 명만 갖고 있으면 꿈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15분가량의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외교관이 꿈이라는 백명지(중리중 3년) 양은 "외교관이 됐을 때 우리나라 국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고 했고, 스피치라이터(연설문 작성자)가 장래희망이라는 최은혜(원화여고 3년) 양은 "홍 의원님은 말하는 방법을 어떻게 배웠나"고 물었다. 김현수(중리중 3년) 양은 "PD와 쇼핑 호스트가 꿈이지만 성적이 좋지 않은 데 가능한가"라며 솔직하게 질문했다.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을 묻는 학생도 있었다. 홍 의원은 "현재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절대 꿈을 놓치지 않으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며 격려했다.
홍 의원의 '청소년들과의 대화'는 15일까지 서구 일대에서 매일 진행된다. 11일에는 서구문화회관에서 홍 의원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 강사로 나서 '앞으로 살게 될 세상'이란 주제로 청소년들과 함께한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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