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일부터 민선 5기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고 있다. 1995년 이후 민선시대가 16년째를 맞았지만 시'도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광역, 기초자치단체 모두 '자치 행정'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자치 행정의 기반이 되는 돈(예산)이 중앙에 편중돼 있기에 단체장들은 근본적으로 기를 펴지 못한다. 하지만 중앙에서 벗어나 자치 행정을 할 수 있는 분야에서도 자치단체장들은 눈치 보기와 무지로 자치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사회, 경제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체육 행정에서도 시'도민들을 위한 자치단체장의 의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시'도민들이 원하는 체육 행정은 무엇일까?
경산시 옥산동에 사는 K씨. 40대 후반인 그는 늘어나는 몸무게를 관리하기 위해 체육공원에서 활동하는 배드민턴 동호회에 가입, 운동하고 있다. 그런데 체육공원 사용료 등 동호회 활동비용은 월 2만원이지만 강습비는 월 10만 원이다. 부담이 되지만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제대로 배드민턴을 배우기 위해 그는 몇 달째 강습을 받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체계적으로 하고 싶어하지만 강습비 부담에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활체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체육 시설과 운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대학생 P군. 군대를 다녀온 그는 취미활동과 건강관리를 위해 야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혼자 할 수 없는 야구경기 특성상 제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30, 40대 아저씨들이 주축이 된 사회인야구 팀에 들어간 그는 "야구 할 장소가 별로 없고 돈도 많이 든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에 비춰볼 때 생활체육 환경은 너무 형편없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체육을 등한시하고, 자치단체에서도 운동 여건 마련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이는 결국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7년부터 4년째 운영되고 있는 대구스포츠클럽은 내년 해체 위기에 몰려 있다. 국비(올해 7천만 원)와 시비(1억5천만 원)로 육상(달리기), 축구(풋살), 장애인 체육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지만 돈이 문제다. 내년부터 국비 지원이 끊기면서 대구시가 스포츠클럽의 해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스포츠클럽 이용자들은 "시민들이 어떤 체육 행정을 원하는지를 대구시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며 스포츠클럽이 해체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체육 행정의 잘못된 현주소를 들여다봤는데, 이런 사례는 넘쳐난다. 사실 지금보다 앞으로 더 넘쳐날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각 자치단체는 지역민들이 바라는 체육 행정을 펴야 한다. 새로운 체육 행정은 결코 거창하지 않다. 지역민들이 원하는, 필요로 하는 체육 시설을 확충하고 큰돈을 들이지 않고 운동을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면 된다.
이렇게 하려면 자치단체장들은 체육에 대한 몇 가지 고정관념을 깨야 하고,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자치단체들은 전국체전과 소년체전, 동계체전 등의 성적 내기에 체육 예산 대부분을 투입하고 있다. 이 대회를 통해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우수 선수를 발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체육 발전을 위해 자치단체들이 온 힘을 쏟고 있는데,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지자체는 우수 선수 양성에 드는 비용을 국비로 충당해야 한다. 국비를 지원받지 못하면 우수 선수 양성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체전 성적 내기에 드는 비용을 과감히 지역민들의 체육 활동 지원비로 돌려야 한다.
또 체전 성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한다. 체전 성적이 나쁘면 지역민들의 사기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아무 근거 없는 얘기다. 단체장들이 체전 성적에 민감한 것은 자신의 치적 쌓기와 성적을 두고 트집을 잡는 지방의회에 대한 눈치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단체장들은 체육 단체를 선거 조직으로 보는 인식도 바꾸어야 한다. 정부 선거를 위해 출범한 생활체육회는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을 동원하는 자치단체의 수단으로 남아 있다.
이런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난다면 단체장들은 일자리 마련 등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체육 행정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새 임기를 시작한 단체장들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 행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체육 행정도 전문화돼야 한다.
김교성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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