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공항 확장은 말이 안 돼. 우리 같은 피해자를 얼마나 더 만들려고 그러는 건지…."
김해공항 인근 주민들은 동남권 신공항이 부산 가덕도에 안 올 경우 부산시가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는 김해공항 확장 방안에 대해 극렬히 반대했다.
김해 주민들이 공항 확장을 반대하는 데는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동남권 신공항을 대체해 김해공항을 확장하면 소음권역이 현재보다 광범위한 형태로 확대된다는 것. 공항 주변 대저동 전 지역과 김해시 대동면까지 영향권에 포함돼 피해 범위가 30개 학교 7천800여 가구로 늘어나기 때문.
지난달 30일 찾은 부산시 강서구 대저2동 김해공항 활주로 주변 월포마을은 도심 속 폐허였다. 청년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고 마을은 삭막한 공장지대로 변해 있었다.
회색 공장 전신주 위로는 굉음을 내는 비행기가 수시로 오르내렸다. 이날 오후 1시 55분부터 2시4분까지 9분간 여객기 3편, 수송기 1편, 군용헬기 1편이 착륙했다.
1968년 김해공항이 이곳으로 옮겨온 뒤부터 조용했던 시골마을은 풍비박산나다시피했다. 주민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70여 가구에 달했던 가구수가 이제는 채 절반(30가구)도 남지 않았다. 특히 젊은 층은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갔다. 마을에서 쉰여섯 살이 가장 젊은 주민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빈자리는 회색 공장으로 채워졌다. 마을 입구로 가는 길은 고물상 천지였고 매캐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토박이 강동윤(59) 이장은 "마을에 공장이 들어선다면 주민들이 펄쩍 뛰어야 하는 게 정상인데 반대가 거의 없었다"며 "어차피 하루 종일 비행기 소음에 시달려 살 곳이 못 되는 동네다. 희망이 없는 동네에 무슨 반대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마을은 항공기 소음이 90웨클(WECPNL, 항공기소음도 측정단위)까지도 올라간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공항주변 소음이 70~75웨클이면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80웨클 이상이면 소음피해 예상지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90웨클이 넘을 때는 소음피해 지역으로 지정, 이주·방음 대책을 세우도록 권장한다. 동네 곳곳에선 비행기가 착륙할 때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들의 귀를 막아주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도수복(53·여) 씨는 "전화도 못 받고, TV를 못 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비행기 소리를 들으면 경기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하순남(69) 할머니는 "6년 전 동생 때문에 이사 왔는데 도저히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며 "어떤 날은 1시간 내내 비행기가 뜨고내려 잠조차 잘 수 없다"고 말했다.
공항 활주로 옆 딴치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 태어나 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는 김한건(71) 할아버지는 마을 앞에 솟아 있는 산을 가리키며 "수년 전에 저곳에 비행기가 떨어졌다"며 "동네로 추락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김해공항이 넓어지면 우리야 보상받고 가면 되지만 또 다른 주민들 피해는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인근 대저2동. 이곳도 공항이 들어온 뒤 40년째 시간이 멈춰있다. 폭 8m 왕복 2차로로 300m 남짓 뻗은 도로 너머 높게 솟은 공항 관제탑이 보인다. 낡은 이발관, 타일 벽을 붙인 옛날식 건물이 도로 옆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밥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49·여) 씨는 "공항 주변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게 없다"며 "공항이 확장되면 넓은 지역의 주민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몇 달 전 김해공항 확장 반대 플래카드에서 보듯 주민들은 공항을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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