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달빛 환상/이익주 시집/만인사 펴냄

이익주 시조 시인은 자연을 좇아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눈물겹고 때로는 가슴 저미는 정서적 충격 속에 상실의 감정조차 드러내놓지 않고 은밀하게 나타낸다. 1949년생인 시인은 삶을 관조하면서 세밀한 순간적 정서들을 포착해 낸다. 그가 바라보는 자연은 정경 묘사를 넘어 삶의 의미를 담아 원기왕성한 생명력을 담아낸다.

비 갠 후 조령산은/장삼 고깔 쓰고 나선다/물 오른 갈참나무숲/구름 한 자락 서성이고/누군가/일필휘지로/이화령을 앉힌다-'조령산' 전문.

김천 감촌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시인은 198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이후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을 지냈고 김천시조시인협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신앙인이기도 한 시인은 등단 20여년 만에 이번 첫 시집을 내면서 가슴 속에 쌓아둔 농축된 시어들을 토해내고 있다.

오던 길 되돌아가며 어제를 반성한다/덜 아문 상처투성이 초침 뒤에 감추고/세월의/간이역에서/囚人처럼/떨고 있다/세상일에 가슴 베이며 또 무시로 방황하며/눈부신 것 다 접고도 소리 없이 흔들린다/긴 시간/제 둘레를 돌며/하염없이/떨고 있다-'고해' 전문.

인생의 후반기에 간절함을 담아 원숙하면서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는 그의 시는 자연과 사람의 합일을 노래하고 있다. 108쪽, 7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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