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책읽기] '한국의 진실'을 말하다(告訴 眞實的韓國)/잔사오홍(詹小洪),濟南:

잔사오홍 교수는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사람 좋게 보이는 외모에 느긋한 말씨까지 그야말로 100% 중국 산동사람입니다.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97년, 1998년의 아시아금융위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거대 자본의 기습 공격에 노출된 한국의 처참한 상황만큼이나 오뚝이처럼 재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인구나 규모 면에서 중국의 한 성보다도 작은 나라 한국, 도대체 그 힘의 근원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생긴 것입니다.

그의 저서 『'한국의 진실'을 말하다』는 자문자답의 결실입니다. 그가 한국을 처음 찾은 것은 2003년입니다. 조선대학교 방문 학자로 초빙된 것입니다. 머리말에 한국을 접한 첫인상을 적고 있습니다. "60년대 이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라고 알려졌던 한국이 불과 20년의 공부로 어찌 이토록 괄목상대하게 성장했을까?"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자기경험의 기억 속에서 찾아냅니다. 바로 한국의 교육입니다. 자신이 지도했던 한국 학생들 대부분이 선생에 대한 존경심이 극진하였다는 사실, 끊임없이 오가는 대화와 토론에 담겨 있던 무궁한 열정이 새삼 떠오른 것입니다. 그런 한국을 그는 안갯속의 꽃(霧中之花), 구름속의 산(雲中之山)이라 정의합니다.

책은 시간대별로 접한 한국의 상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소재는 한국 사람들의 일상사에서 정치 문제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었습니다. 한국에 입국하면서 겪은 첫 소감으로 제주공항의 불편을 적었습니다. 종사자들 대부분이 중국어는 고사하고 영어조차 통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채소 가격, 쇠고기 가격, 민족주의 정서, 진학 문제를 비롯해서 한국 대학교수의 급료와 공무원의 이야기, 대통령도 탄핵되는 정치제도, 값비싼 휴대폰을 수시로 바꾸는 한국 학생들, 노동 귀족과 노동 빈민의 문제 등도 적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습관화되어 인식하지 못하는 생활상들이 중국인인 그에게는 특별하게 보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잔 교수의 이야기가 진정한 한국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매일 거울을 통해 보는 '나'의 모습은 분명 남이 보는 '나'의 모습과는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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