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에 가서 마을만 둘러보는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빼어난 자연'문화유산을 체감하는 충분한 방법이 아니다. 겸암 종택 양진당과 서애 종택 충효당, 남촌댁과 북촌댁, 빈연정사와 원지정사 등 마을 안에 즐비한 종가와 정사들 답사만으로도 우리나라 고유의 유가적 생활양식을 알아보기에 모자라지는 않지만 말이다.
외곽 도로를 돌면서 마을 전체의 형상을 짐작해 본 뒤 골목길을 따라 마을 안까지 샅샅이 보고난 뒤라도 반드시 나룻배를 타든지 자동차로 마을을 빠져나와 돌아서 가든지 해서 부용대로 넘어가 볼 일이다. 서애가 '징비록'을 저술했던 옥연정사와 화천서당을 지나 산길을 비스듬히 넘어가면 겸암정사가 나온다. 형 겸암을 찾아다녔던 바로 그 길을 따라 걸으면 겸암을 극진히 생각한 서애의 마음 자락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겸암정사에서 계속 올라 다다르는 정상이 64m 높이의 절벽 부용대 꼭대기인데 하회마을과 낙동강, 만송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땀 흘리며 올라간 보람이 있다.
지난 5월 재개관한 하회세계탈박물관에서 세계 각지 탈을 보고난 뒤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감상하는 것은 하회마을의 문화유산을 체험하는 좋은 방법이다. 때마침 수'토'일요일 해온 공연을 여름 한철 화'금요일에도 마련하는 것으로 횟수가 늘었다.
하회마을은 자연경관, 역사와 전통, 문화유산 모두 골고루 갖추고 있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당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관람객이 많이 몰리면 그만큼 훼손도 불가피한데 관람 기회 제공과 마을 원형 보존이란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관리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 자연경관과 풍수지리, 마을의 역사와 터 잡아 살아온 성씨, 마을이 낳은 인물, 종가의 배치와 구조, 유교와 전통신앙의 흔적, 야사와 전설 등에 대한 다양한 방법의 안내와 설명이 마련돼야 한다.
언제 찾든 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할 수 있게 연중 상설 공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사명감 하나로 탈놀이를 되살려낸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가 내년에는 '365일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니, 정부 당국은 궂은 날씨에도 눈비를 맞지 않고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겠다.
이상훈 북부지역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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