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장과 교육청 간부가 청탁성 당선 축하 금품을 건네려했다는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발언이 알려진 후 교육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교육계의 어두운 관행이, 그것도 이른바 '보수진영'으로 불려 온 교육감의 입에서 확인된 것이어서 파장이 더욱 컸다. 고심끝에 나온 교육감의 발언이 보도되자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금품 제공자 명단을 밝혀 발본색원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교육계 내부의 논의와는 별도로 교육계 바깥에서는 내부의 치부를 감싸며 제 식구 돌보기에 급급했던 관선 교육감들의 행태와 다르다는 점에서 일단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중순 대구 교육계 한 인사로부터 "교육감의 개혁 의지가 너무 세다. 학교 책임자들을 못 미더워 하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지난달 12일 우 교육감이 전체 학교장 회의를 소집한 직후였다.
신임 교육감은 왜 교장들과의 첫 대면에서 강한 질책을 해야 했던 것일까. 교장·교감연수회에서 교육계 자정을 강조해야했던 계기는 뭘까.
지난달 30일 우 교육감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이런 소문들이 있다, 확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참 생각에 잠긴 그는"참 당혹스런 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기자는 비보도(非報道)를 전제로 구체적인 사항을 더 물었다. 취임 전과 후 두 달 사이 6명이 청탁성 금품을 들고 인사를 하러 왔길래 정색을 하고 돌려 보냈다는 게 요지였다. 금품을 들고 온 사람 중에는 학교장과 교육청 간부직원도 있었다고 했다. 교육감은"이런 내부의 인사 관행만 없애도 교육 비리의 절반이 없어질 거다. 불문에 부치겠으니 이러지 말자"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차원에서 간부 연수회와 회의 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보니 기사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일부이겠지만 교육계 간부들의 인식이 이럴진대 아래에서는 오죽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지 보도 이후 3, 4일에 전국 대부분의 일간지와 방송사들이 이 사안을 보도했다. 전교조는 즉각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학부모 단체의 성토도 쏟아졌다. 이번 일을 교육계 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때보다 높아졌다. 아마도 기자와 같은 공분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우 교육감에게 당부드린다. 당장은 곤혹스러울 수 있다. 내부의 부끄러운 단면을 공개한 것이 조직 내부의 사기 저하나 저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간의 관선 교육감들이 이런 치부를 쉬쉬해왔기에 아무리 교육 비리 근절을 외쳐도 헛구호에 그쳤다는 점이다. 교육감은 이번 일의 자세한 내막은 가슴 속에 묻어두더라도 교육 비리 척결에 대한 초심은 변치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것이 교육감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진 민의에 보답하는 일이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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