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21) 동양매직서비스 대구'경북지점 AS팀 막창전문점 '그날'

달콤 고소한 한방 막창, 무더위에 지친 몸 'AS'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면 동양매직서비스 대구'경북지점 AS팀원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가스오븐, 식기, 세척기, 비데 등 가전제품 서비스'수리 요청이 쇄도하는데다 가가호호 방문해 이를 처리하다 보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팀원 1인당 처리해야 할 건수도 하루 10건이 넘고 경북지역 출장도 잦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탈진하거나 체력이 떨어져 병치레를 하는 팀원들도 생긴다. 여름철 무더위야말로 AS팀을 괴롭히는 최대 적인 셈. 이런 AS팀원들에게 최근 허약해진 체력을 AS해주는 곳이 생겼다. 바로 회사 인근에 위치한 한방 막창전문 음식점인 '그날'. 퇴근길 소주 한잔에 한방 막창을 먹고 나면 원기가 샘솟는다고 한다.

1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신암동의 막창전문집 '그날'은 막창의 본고장 대구식 막창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이 집의 주 메뉴는 한방막창, 과일숙성생막창, 생항정살 등이다. 적당히 쫄깃한 육질과 절제된 양념, 깔끔한 밑반찬을 자랑한다. 즐겨 먹는 이들이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막창이지만 사실 막창은 생긴 모양과 냄새로 인해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음식.

이런 막창을 '만인이 즐겨찾는 음식'으로 탈바꿈시킨 것은 이 집 사장인 김병활(40) 씨의 깊은 손맛과 정성이다. 2001년 개업해 10년째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막창 하나만을 줄기차게 고집해오고 있다. 특히 고추, 양파 등 온갖 천연식재료로 빚어낸 독특한 소스 맛은 환상이다. 달콤쌉싸래하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적격이다. 고집스럽게도 김치부터 시작해 모든 밑반찬을 직접 집에서 준비한다. 밑반찬으로 사용되는 고추나 깻잎, 채소 등은 고향인 청도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가져온다. 막창은 오래 구울수록 고소한 맛이 더 좋다. 이를 위해 2㎝가 넘는 제주도 화산석을 특별 주문해 사용하고 있다.

막창은 부위의 특성상 고소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냄새를 제거하다가 맛까지 제거해서 맛의 특징이 사라지기도 한다. 김 씨에겐 막창의 고소한 맛을 간직하면서 냄새를 제거하는 비법이 있다. "막창이 아무리 맛있다지만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세척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먼저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서 적당히 씻어낸 다음 밀가루로 계속 치댄 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지요. 그리고 키위, 배, 파인애플, 사과 등의 과일과 한방재가 가미된 액즙에 다시 세척해서 손님들께 내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막창의 고소한 맛을 내는 '곱'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춰진 비법이다.

그래서인지 이 집 막창은 유난히 달콤하고 고소하다. 동양매직서비스 남진호 팀장은 "첫 맛은 달콤하고 씹으면 씹을수록 막창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 안에 가득 퍼진다"며 "뒷골까지 서늘하게 하는 얼음소주에 노릇노릇 잘 익은 막창 한 점을 입안에 넣으면 무더위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한 번에 녹아내린다"고 평가했다. 금요일마다 이곳을 찾는다는 윤정박 씨는 "막창 고유의 쫄깃한 맛과 서비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우리 팀의 금요 휴식처가 되고 있다"고 했고 이상은 씨도 "주인이 직접 재배한 국산 재료를 사용하는데다 믿을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이렇게 깔끔한 맛과 서비스에 가격도 착하다. 통돼지 한방막창 1인분이 6천원, 삼겹살과 막창, 대패삼겹살을 섞어 파는 모듬 스페셜이 제일 비싸지만 1만5천원이다. 소주 한 병을 곁들여 3, 4명이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양인데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넉넉한 공간. 홀의 테이블 간격이 여유 있고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어 회식자리로 안성맞춤이다. 053)959-5553.

#추천메뉴-10여 가지 한약재 넣어 익혀 비린내 없이'쫄깃쫄깃'

보통의 막창은 하얀색인데 이곳의 한방막창은 때깔부터 다르다. 거무튀튀한 게 족발처럼 생겼다.

막창에 들어가는 10여 가지의 한약재 때문에 생긴 변색이다. 한방 막창이라고 해도 당귀나 계피 등 한두 가지 재료를 넣는 곳이 많은데 이 식당 막창은 고소한 맛과 영양을 더하기 위해 10가지가 넘는 재료를 넣고 삶아서 맛과 색을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비린내도 나지 않고 쫄깃쫄깃하다. 마치 한방 족발을 먹는 느낌이랄까. 질 좋은 재료와 특별한 세척법 때문에 막창 안 역시 동그랗게 속이 꽉 차 있어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살짝 익힌 한방 막창을 양파, 땅콩, 고추 등을 다져넣은 소스에 찍어 먹으면 쫄깃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입안 기름기를 단번에 씻어내리는 시원한 김치콩나물은 손님들이 그만 할 때까지 무한정 서비스한다.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주인이 직접 재배한 복숭아 등을 공짜로 서비스 받을 수도 있다.

막창을 구워 먹다 조금 허전하다 싶으면 조개모듬구이도 괜찮다. 2만원이면 쫀득쫀득한 조개로 다소 텁텁한 입맛을 개운하게 바꿀 수 있다. 친절한 사장의 센스도 만점. 젓가락을 떨어뜨리면 저 멀리서도 알아채고 달려올 정도로 테이블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다.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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