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측백나무

탈모·머리카락 희게 하는 증상은 물론 담·기침에도 효능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 1호가 뭐냐고 물으면 대개 알고 있지만 천연기념물 1호가 무엇인지 물으면 아는 이가 드물다. 천연기념물 제1호는 바로 1962년에 지정된 우리 고장의 '도동 측백나무숲'이다.

대구공항 뒤 팔공IC 부근 절벽에 뿌리를 내리고 5~7m 정도 자란 100여 그루의 측백나무 숲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한 폭의 산수화다. 측백나무는충북 제천과 단양, 경북 안동과 영양 등에서도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도동 측백나무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지정학적으로 측백나무가 자랄 수 있는 남방 한계지역이란 식물 분포학상 가치 때문이라고 한다.

측백나무의 꽃은 4월경에 피고 열매는 별사탕 모양의 구형(球形)으로 9, 10월경에 성숙한다. 추위와 가뭄, 공해에 강하며 키는 15~20m, 줄기 지름은 0.5m까지 자란다. 측백나무의 어린 가지와 잎을 여름과 가을에 따서 음지에서 건조한 것을 한약재로 측백엽(側柏葉)이라 한다. 그리고 측백나무의 성숙한 씨앗을 늦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겉껍질을 제거한 후 황백색의 종인(種仁)을 말린 것을 한약재로 백자인(柏子仁)이라 한다.

한의학적으로 측백엽은 성질이 차고 쓰면서 깔깔한 맛이 있다. 피를 서늘하게 하는 작용이 있으며, 상처를 수렴시키고 지혈시키는 작용이 뛰어나다. 그래서 임상적으로 코피, 피를 토하는 객혈, 혈뇨, 혈변, 자궁출혈 등에 응용한다. 특히 혀끝이 빨갛고 입안이 건조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고 피부가 뜨겁고 소양감 등이 동반되는 혈열(血熱)로 인한 출혈증에 더욱 효과가 있다.

근래 임상에서는 혈열이나 혈허로 인한 병후의 탈모나 머리카락이 빨리 희어지는 조백(早白) 증상에 효능이 있으며, 담을 없애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노인들의 만성기관지염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측백엽의 발모작용을 이용한 발모제가 개발되어 시판되고 있다.

백자인은 맛이 달고 다량의 지방유가 있으며 차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화평(和平)한 성질이 있다. 심(心)의 혈(血)을 생기게 하여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심혈허(心血虛)로 인해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 불면과 건망증,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 등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다. 또한 음액이 부족하여 수면 중 땀을 흘리는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지방유가 많아 장을 윤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노인성 및 산후변비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측백엽은 음액이 허하거나 대변 보기가 힘든 경우와 혈열 증상이 없는 사람은 복용을 금하며, 장기복용하면 소화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백자인은 지방유가 많으므로 평소 대변이 무른 사람은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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