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배] 거침없는 성장 '배달의 지존'

택배산업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출범한 지 20년도 안 됐지만 출범 때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판이 커졌다. 불황이 없는 폭발적 성장세로 세간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여겼고 그에 따라 업체들의 진입도 속속 이뤄졌다. 택배는 특정 사람들만 챙기는 서비스가 아닌, 일반인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대중 서비스로 확대됐다. 이제 택배는 업계에서 "관(棺) 빼고 다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만큼 품목이 다양해졌고 빠른 배송으로 '총알 배송'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 1992년 시작, 매년 20~30% 성장세

우리나라 택배의 원년은 1992년이었다. 한진이 일본 야마토운수의 택배사업을 모델로 삼아 '파발마'라는 브랜드로 택배를 시작했다.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택배산업은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에 따라 후발업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현재는 한진'대한통운'현대로지엠'CJGLS 등 이른바 '빅 4'를 비롯해 우체국택배'동부익스프레스'로젠택배 등 업체 수만 대략 20개가 넘는다. 그야말로 '택배 전국시대'다.

10년간의 택배 물동량에서도 거침없는 성장세가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00년에 1억1천33만 상자였던 것이 2005년 5억2천550만 상자로 5년 사이에 5배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0억7천963만 상자로 처음 10억 상자를 넘었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져 협회에서는 택배 상자 수가 13억 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봤을 때 국민 1인당 21상자를 보내거나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평균 한 달에 2개 정도의 택배를 보내거나 받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15년 정도 먼저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1인당 27상자)에도 필적하는 수치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특히 인터넷 쇼핑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택배산업도 매년 20~30% 정도의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택배들도 생겨났다. '오토바이 퀵서비스'와 '다마스택배'가 대표적이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는 서류나 가벼운 물품을 1, 2시간 내에 배달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다마스택배는 오토바이 퀵서비스와 일반 택배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새로운 형태의 택배 서비스다. 경승합차인 다마스를 이용해 택배를 오토바이 퀵서비스처럼 신속하게 배달하면서 퀵서비스보다 저렴하다.

◆ 생활 속 자리매김…배송도 빨라져

택배산업이 무한팽창하면서 이제 택배는 우리 생활 주변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아파트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상자의 택배가 오고 간다. 순찰이 주업무였던 아파트 경비원들은 이제 택배 상자를 지키는 일이 주된 일로 바뀌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이모(60) 씨는 "요즘은 맞벌이가 많은데다 설령 집에 누가 있더라도 치안 등의 문제로 일부러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 경비실이 매일 택배 물량으로 넘쳐난다"며 "청소와 쓰레기 수거, 순찰에다 택배 관리까지 하려니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개인 택배가 보편화하면서 택배 물품도 거의 제한이 없다. 15년 경력의 한진택배 도경곤 대구센터장은 "침구류나 생활용품은 물론 음료수나 생수, 과일, 양파, 감자 등 택배가 다루지 않는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택배 관계자는 "택배 주고객층인 젊은이들이 개성적이고 다양한 기호를 가졌기 때문에 취급 물품 또한 다양하다. 10년 전의 택배 상자 크기를 100이라 봤을 때 지금은 30 정도로 상자 크기가 줄어들었다. 결론적으로 소량 다변화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활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택배 시간도 매우 빨라졌다. 초창기에도 다음날 배송 개념이 있었지만 택배를 신청하면 2, 3일 걸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터미널이 별로 없어 서울에서 곧바로 강원도 오지까지 담당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에 따라 4, 5일도 걸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다음날 배송이다. 서적 등 일부 품목이나 시내 지역 내에서는 오전에 부치면 오후 늦게 받을 수 있는 당일 배송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시간 단축이 가능해진 데는 대대적인 터미널 확충과 영업점 개설 등이 바탕이 됐다. 한진의 경우 전국적으로 89개의 터미널과 700여 개의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고 대한통운은 전국에 60개 터미널, 1만여 개의 영업점과 취급점 등을 갖추고 있다. 또 2005, 2006년에 택배업체들이 대전 등 중부 지역에 허브터미널을 많이 만든 것도 큰 역할을 했다.

◆ 편의점 택배 등 진화하는 서비스

직장인 김모(35) 씨는 3년 전 구입한 디지털카메라를 크게 사용할 필요가 없자 최근 인터넷 중고사이트에 올렸고 매매에 성공했다. 퇴근 시간이 늦은 그가 집에서 택배를 신청하려면 택배원과 약속 시간 잡기가 만만찮은 상황. 하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집 근처 편의점에서 택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택배는 가격 면에서 일반 택배보다 다소 비싸지만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데다 오고 가면서 자신이 편한 시간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택배취급점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택배업체들이 개인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판매점이 택배업무를 병행하도록 협약을 맺은 덕분이다. 최근에는 일부 로또 판매점도 택배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경점에서 택배를 취급했으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는데 편의점은 크게 성공한 경우다"라고 했다.

각종 첨단기기도 택배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한때 PDA(개인휴대단말기)를 사용하던 택배원들은 점차 휴대가 간편하고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바꿔가는 추세다. 또 운송장 출력도 자동출력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택배처리 업무가 훨씬 빨라졌다. 고객 입장에서도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택배 추적이 가능해졌다. 무인 택배보관함도 최근 건축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이것은 입주자가 외출이나 출근해 집을 비우더라도 택배를 택배함에 보관한 뒤 귀가 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이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택배산업이 계속 성장해감에 따라 다양한 첨단기기와 시스템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철 음식류는 어떻게 배송하나요?

여름철 택배는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특히 부패 우려가 있는 음식류는 택배업체들도 긴장이 된다. 그렇다면 여름철에 음식류는 어떻게 배송할까. 우체국 택배를 통해 알아보자. 우체국의 경우 각 우체국마다 대형 냉장고를 갖추고 있다. 생선이나 고기 등 상할 우려가 있는 식재료나 냉동식품은 접수하자마자 바로 냉장고에 넣어둔다.

위탁업체에서 보낸 냉장탑차가 오면 이들 제품들을 싣고 우편집중국으로 보낸다. 집중국에도 대형 냉장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배달될 때까지 보관한다. 경북체신청 우편물류과 김동근 과장은 "초창기 택배에서는 냉동식품 등이 배달 과정에서 녹아 다른 우편물이 젖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요즘은 곧바로 냉장'냉동 보관하기 때문에 녹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했다.

배달 과정에서 부패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예 택배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부패 우려가 심한 생선 등은 아예 택배를 받지 않는다. 전국 각지에서 보내오는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스티로폼 박스나 아이스팩 등 철저한 포장관리를 한다"고 했다. 또 이용자들이 알아서 냉매나 아이스팩을 넣어 포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전창훈기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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