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이 사람 진국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기운이 있다. 그것이 좋은 것이건, 그렇지 않건 만났을 때의 첫인상이 호감으로 이끌게 되고 안 되고의 판단을 내려줄 만큼의 기운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첫인상은 대인관계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공학의 대가 데일 카네기도 여러 가지 성공 법칙 중 미소 짓는 첫인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배우 한정수를 만났을 때 바로 이런 좋은 기운을 받았다.
드라마 '추노'에서 탄탄한 복근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짐승남 이미지를 선보이며 여심은 물론 남심까지 휘어잡은 그. 바로 이어진 '검사 프린세스'에서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훈남 검사로 멋진 아우라를 뽐낸 그는 작품 속 모습보다는 유연한 느낌이라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좋은 사람' '좋은 남자'라는 것은 그대로였다. 뚜렷한 이목구비를 바탕으로 은은하게 풍기는 마초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웃을 때 시원하게 드러나는 이, 그리고 중저음의 목소리는 그의 첫인상을 호감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뚝뚝한 성격 비슷한 역할 맡아
"제가 원래 좀 무뚝뚝한 스타일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드라마 속 제가 맡은 인물들과 성격이 비슷한 것 같네요. '추노'의 최 장군이나 '검사 프린세스'의 윤 검사 모두 좀 무뚝뚝하잖아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배우는 자기랑 맞는 캐릭터를 만나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 기회를 빌려 작가님, 감독님에게 감사를 드려야겠습니다."(웃음)
평소 무뚝뚝하다는 그는 하지만 두런두런 자기 얘기를 잘 풀어냈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경우가 대답이 뚝뚝 끊긴다거나 단답형으로 마칠 때인데, 한정수는 자신 스스로가 무뚝뚝하다고 하지만 듣는 이를 몰입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첫인상에 이어 또 한 번 그에게서 좋은 기운을 받는 순간이었다.
#록밴드로 연예계 첫발
그가 연예계에 발을 내딛은 곳은 의외로 음악 쪽이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록밴드를 결성했다. 그의 포지션은 베이시스트와 보컬. 하지만 그 밴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기획사에서 그에게 소울과 랩, 댄스 등의 음악을 주로 하는 남성 2인조 그룹 제의를 해왔다.
"록을 하던 사람들은 록만이 음악이라는 고집이 있는데요. 저도 아무것도 이루지는 못한 상황이었지만 그때 '나는 로커다'란 생각에 그룹 제의에 시큰둥했죠. 하지만 여러 번의 설득 끝에 흑인 음악을 듣게 되면서 '굉장히 매력 있구나'란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1집을 내 2만 장 정도 판매고도 올리고, 가요 프로그램 12위인가까지 올라갔어요."(웃음)
#대학로 연극 보고 연기에 인생 걸어
한정수는 자신이 음악을 계속할 것 같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만큼 그때는 음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하지만 그룹 활동은 1집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그룹 해체 후 2년 넘게 방황기를 보냈고, 그러다 대학로의 조그만 극단에서 활동하는 한 친구의 부름을 받는다. 한정수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이 바로 그때부터인 것.
"그때는 '한 번도 연기를 하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죽을 때까지 음악인으로 살아야지 했는데, 대학로 극단에서 연극을 보고 '이런 신세계가 있다니' 하고 깜짝 놀랐죠. 우연치 않게 다가온 그때 저는 '연기에 내 인생을 걸어봐야겠다'란 생각을 했어요."
그는 흔히 대학로 막내들이 하는 포스터 붙이고, 표 팔고, 청소하는 등의 허드렛일만 1년 가까이 했다. 물론 조금씩 무대를 눈으로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그는 체계적으로 연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서울예대 영화과에 지원했고, 뒤늦게 99학번으로 다시 학생이 됐다.
"여러 번 실패, 아니 많은 경험이라고 하는 게 낫겠네요. 돌아 돌아서 결국 연기를 배우게 돼서 그런지 그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집에 거의 안 가고 학교에서 동기들과 먹고 자면서 연기에 빠져 살았죠. 그냥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어요.(웃음) 그러다 영화도 한 편, 드라마도 한 편 하다 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조금 더 생각하고 한 발 더 행동하는 배우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이름 앞에 배우라는 호칭이 붙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한 획을 긋는 배우라고 기억되는 것도 좋지만 그냥 '한정수라는 배우가 있었다'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나중에 한정수라는 배우가 있었다는 것만 남아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출연한 좋은 작품이 역사에 남는 게 얼마나 영광이에요. 조금 욕심을 부린다면 '의식이 있는 배우였다'라고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정치적 색깔까지는 아니고, 이 세상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생각하고 한 발 더 행동할 수 있는 그런 의식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첫인상이 좋았던 한정수는 마지막 인상까지도 웃음 짓게 했다.
빌 게이츠와 안철수 교수가 "첫인상에 연연해하지 마라.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인상이 더 중요하다"라고 밝혔던 이유를 한정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깨달았다.
"제가 제 꿈을 얘기하면 허황되다고 욕하는 분들이 있는데요.(웃음)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 진심의 꿈인 걸요. 저는 정말 하늘을 날고 싶어요. 예전에 가수 김건모 씨가 '무릎팍도사'에서 저와 같은 말을 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제가 남자로서 세운 꿈이 정말 그래요."(웃음)
그는 최근 배우가 되겠다고 꿈을 키우던 대학로로 다시 돌아왔다. 박건형 조동혁 김정화 김효진 등 동료 배우들과 연극 '풀 포 러브'의 공연에 한창인 것. 그와 나눈 1시간 남짓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그가 대스타가 될 것이다'란 예단은 하기 힘들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해졌다. '한정수는 배우였다'는 명제는 오랫동안 남을 것이라는 것을.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은 현재진행형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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