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스동서'는 건설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공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부산·경남지방을 기반으로 기반을 닦은 권혁운(60) 아이에스동서 회장은 2008년 7월 현대그룹 방계회사지만 법정관리까지 간 동서산업을 인수했다. 인수·합병한 아이에스동서는 건자재와 건설부문 전문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콘크리트파일과 타일 등의 건자재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비데사관학교로 불리는 삼홍테크까지 인수, 비데 등 위생도기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제 건설부문 매출은 전체의 30% 안팎에 불과하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중견건설업체들도 퇴출되고 있는 요즘에도 아이에스동서는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건자재시장도 건설경기에 따라 다소 위축되긴 했지만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이에스동서가 M&A를 통해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아이에스동서의 주요 성장기반은 건설업이다. 다른 건설사들이 건설붐에 힘입은 외형성장에 몰두하는 사이, 아이에스동서는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업에 치중하는 대신 건자재사업 등 사업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다. 1989년 일신건설을 설립한 이후 비교적 짧은 시기인 20여 년 만에 전국 순위 100위를 넘나드는 중견기업을 키워낸 것은 건설업에 대한 애정과 타고난 친화력과 인적 네트워크에 힘입은 바 크다.
권 회장은 "지금과 같은 건설경기 위축상황을 꿰뚫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데다 도로건설 등 주요 인프라가 포화상태에 이른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은 건설경기가 재연되기는 어렵다고 판단, 건자재 등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 맞아 떨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미리 대비를 한 셈이다.
건설업계 순위는 100위 아래로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건설부문의 사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수도권에서 광교지구에서 타운하우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청라지구의 오피스텔 건설 및 성수도 아파트형공장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또한 부산 용호만 매립지에도 대단위 복합몰을 추진하고 있다. 여전히 건설업은 그에게 매력적인 사업이다.
인연이 닿아서 시작한 건설업이었지만 그와 궁합도 맞았다. 첫 직장이었던 신동양건설의 부사장으로 일했지만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연대보증인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만다. 그때 얻은 진리가 "제조업을 하다가 망하면 공장이나 기계라도 남지만 건설회사는 부도나면 빈 책상에 먼지밖에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건설회사는 아무리 성공해도 영원히 가지 않았다. 미분양이 나거나 경기를 타면 부도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는 부도가 나지않는 회사를 만들기로 하고 다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가 부채율이 10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건설부문 매출이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경영철학이다.
건설업으로 성공하기까지 그의 삶은 드라마를 넘나든다. 해방 후 귀국한 재일교포 가정의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가난했지만 그런 가난에 주눅들지 않고 살았다고 했다. 생활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제때 졸업하지 못했지만 주변사람들에게는 늘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그래선가 어릴 때도 그는 '가난한'티를 내지 않았다. 경북 의성사람이 부산에서 기반을 잡기 위해서는 '절대로 기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오기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털어놓는다. 형제많은 집안에서 태어나 저절로 터득한 생존법칙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고향얘기를 묻자 그의 입이 '터졌다'.'들돌골'이니 '팟바우'니 '비릿재' 등 비봉산과 얽혀있는 동네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의성군 다인면 삼분리에서도 한참이나 들어가야 하는, 지금은 집터도 사라져버린 고향집에 대한 기억이 생생해진 모양이었다. 의성이 고향인 그는 부산 동아고를 다녔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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