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지 업체·대기업 '호시탐탐'…막걸리시장 다 뺏길라

대구탁주 파업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막걸리 공급이 원활치 않자 그 자리를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채우고 있다. 동아백화점 제공
대구탁주 파업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막걸리 공급이 원활치 않자 그 자리를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채우고 있다. 동아백화점 제공

대구탁주의 노사 갈등이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벌써 파업 50일째를 넘어서면서 장기화하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커녕, 이달 3일 노조측이 사측을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하면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 현재 막걸리 시장은 대기업이 속속 진출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 막걸리 대표기업인 대구탁주는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커녕 파업 장기화와 고발 사태로 이미지 손상은 물론이고 시장점유율 하락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태 장기화되면 노사 모두 치명적

대구탁주의 생산량은 하루 8만여 병이다. 한 때 막걸리는 젊은이들에게 잊혀진 술이 되면서 4만5천여 병 수준으로 생산량이 떨어지기도 했었지만 2008년부터 불어닥친 막걸리 열풍과 함께 생산량은 증가 추세를 달렸다. 2009년 출고량은 1만7천349㎘로 2008년(1만3천11㎘)에 비해 24.5% 뛰어올랐고, 올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파업 사태를 맞으면서 대구탁주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 달 가량 생산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은 대구탁주를 대신할 수 있는 다른 막걸리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 대기업 브랜드 제품을 비롯해 대구에서 생산되는 다른 브랜드 막걸리와 청도, 포항 등지의 막걸리까지 대구 시장으로 들어왔다.

가뜩이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위기감을 느껴왔던 대구탁주의 입장에서 이번 파업의 장기화는 치명적인 손실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때 90%까지 육박했던 대구탁주의 막걸리·동동주 시장 점유율은 몇 년 새 계속 하락하면서 현재는 60~70%대로 추정되고 있는 것.

지난달 21일부터 23명의 직원이 생산라인으로 복귀하면서 현재 하루 평균 생산량의 60% 수준인 4만5천여 병이 생산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는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파업 이전에는 불로막걸리를 매장에서 판매했다. 생산이 재개됐다고는 하지만 수급이 불안정해 아직까지 막걸리를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서도 이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조영일 위원장은 "사실 한번 떨어진 시장점유율은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며 "파업 장기화는 노사 모두에게 손해일 수 밖에 없지만 사측이 성실한 협상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탁주는 2006년에도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97일만에 생산이 재개, 심각한 타격을 입은바 있다.

◆대구탁주, 왜 이렇게 됐나?

대구 탁주 파업 사태에서 노사간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바로 임금문제다. 기본급 78만원에 각종 수당을 비롯해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일을 해야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초봉이 고작 126만원선. 10년차 숙련 근로자가 140만원, 30년을 일하고도 170만원 남짓을 받을 뿐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본급 15만1천원(정액) 인상, 정년 2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파업 돌입 62시간 만에 직장폐쇄로 맞섰다. 조 위원장은 "주 40시간 근로 외에 주말까지 고스란히 반납해도 4인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임금"이라며 "노조가 상당부분을 양보하겠다는 뜻도 밝혔지만 사측은 단돈 1만원을 놓고 실강이를 벌이다 결국 파업이 장기화로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주말 근로 없이 주 40시간만을 일하면 초봉은 고작 105만원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대구탁주 이종진 협회장은 "대구의 67개 양조장이 조합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이다보니 규모가 영세해 임금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빠른 파업 종결을 위해 노조와 계속 접촉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치열한 공세에 손놓고 있는 대구탁주

대구탁주가 파업 사태로 맥울 추지 못하고 있는 새 대기업들의 막걸리 시장 공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막걸리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3천억원 규모였던 막걸리시장은 지난해 4천200억원으로 40% 정도 성장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시장 규모가 5천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2012년에는 1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일찌감치 막걸리 시장을 선점한 대기업들의 실적도 엄청나다. 막걸리 유통기간을 연장해 획기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국순당은 올 2분기 매출액은 260억8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3% 늘었고, 영업이익은 70억6천만원으로 1천622.5% 급증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런 막걸리의 인기에 힘입어 대기업들은 너도나도 막걸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농심은 막걸리 사업을 위해 3월 정기주총에서 특정주류도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한편 중형 규모의 막걸리 업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은 관계사인 미디어플렉스가 5월 참살이탁주 지분 60%를 50억원에 인수하면서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참살이탁주는 문근영 서우 천정명 주연의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의 배경이 되면서 주가를 높인 브랜드다. 그 외에도 롯데주류는 국내 막걸리 시장 1위 서울탁주와 손을 잡고 막걸리 수출에 나설 계획이며, 샘표식품도 막걸리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탁주는 이렇다 할 대응은 커녕 현재 갖고 있는 시장조차 뺏길 위기에 처했다. 이종진 협회장은 "협상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어 생산 완전 재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어려움이 있겠지만 대구탁주는 여느 기업이 흉내낼 수 없는 탁월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사갈등만 잘 봉합된다면 다른 기업들이 공격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품질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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