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덥다고 찬 음식만?…더위를 이기는 색다른 '보양식'

더운 성질 마늘·생강도 꼭!

전북 모둠 해물탕.
전북 모둠 해물탕.
초교탕.
초교탕.
숭채만두.
숭채만두.

무더위가 기승이다.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냉방에 휴식을 취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 좋다. 더불어 보양식으로 체력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여름 하면 흔히 '삼계탕' '영양탕(보신탕)'을 생각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다양한 요리를 해서 먹었다. 무더운 여름을 견디는 데 좋은 음식들을 소개한다.

◇ 전복 모듬 해물탕

'전복 모듬 해물탕'은 '삼계탕'이나 '영양탕' 못지않은 여름 보양식이다. 특히 해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성맞춤이다. 전복은 저지방 고단백 음식으로 원기 회복과 피로 해소에 좋다.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예로부터 많이 섭취했다. 또 몸을 가볍게 하고 정기를 북돋워 주며 시신경의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어 더위에 지친 수험생의 여름철 보양식으로 좋다.

전복은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에서 귀하게 여기는 해물이지만 서양 사람들은 전복 껍데기가 외짝이어서 먹으면 사랑에 실패한다고 생각해 잘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당뇨병과 고혈압에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복은 가을철을 제외하고 연중 맛이 좋은 편이지만 봄철 이후 여름까지 육질이 비만해지고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가장 맛있다.

전복해물탕을 끓일 때는 전복 10마리 정도(크기가 작은 것이 낫다)에 가리비, 대합, 게, 소라, 바지락, 미더덕 등 모듬해물 2㎏ 정도에 고추장, 고춧가루, 된장, 맛술, 다진마늘, 간장, 멸치 다시물을 준비하면 된다.

◇ 미꾸라지로 힘을

여름 더위에 시달린 몸에 원기를 불어넣는 데는 미꾸라지 요리가 좋다. 미꾸라지는 아시아 대륙에 주로 서식하는 민물고기인데 논과 도랑 또는 늪 등의 얕은 흙탕 바닥에 산다. 단백질이 많고 칼슘과 비타민 등이 많기 때문에 예로부터 스태미너 음식으로 각광받았다.

중국 명나라 때 이시진이 지은 약초학 연구서 '본초강목'은 '미꾸라지는 속을 덥히고 원기를 도우며, 술을 깨게 하고 정력을 보하며 발기불능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비타민 A와 D는 미꾸라지의 알과 난소에 특히 많이 들어 있는데 내장과 함께 끓여서 조리하는 추어탕은 비타민 A와 D의 손실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미꾸라지 튀김, 추어탕, 추어탕 칼국수 등으로 뼈까지 함께 먹기 때문에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한 무기질 공급원이다. 추어탕에 당귀, 천궁, 숙지황 등 다양한 한방 재료를 넣으면 보양식으로 좋다.

미꾸라지는 굵은 것이 맛이 좋은데 맛을 내기 위해서는 비린내를 잘 없애야 한다. 비린내를 없애고 맛을 더하기 위해 후추, 고춧가루, 산초가루를 쓴다. 요리 전에 굵은 소금을 뿌려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몸을 비벼 미끌미끌한 것을 제거할 수 있다. 요리에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한솥 끓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2, 3일 먹을 수 있다.

◇ 갱년기 여성 보양식 칡

칡은 갱년기 여성과 폐경기 여성의 여름철 원기 회복에 좋다. 갱년기와 폐경기 여성의 경우 몸의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불면증, 우울증, 요실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유사구조를 가진 성분의 식품이 도움이 되는데 칡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콩보다 훨씬 많아 여름철 원기 회복에 그만이다.

칡은 또 폐경을 지연시켜주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어린이의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주는 작용도 한다. 탄수화물, 무기질, 비타민 C등 각종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아토피나 여드름 등 피부 미용에도 좋다.

칡뿌리를 갈아 만든 갈분은 숙취를 해소하며 여성의 하혈에도 좋다. 특히 칡뿌리는 땅속 깊이 들어가 있는 것일수록 약효가 좋다고 하는데 뿌리와 꽃을 함께 달여 먹으면 숙취와 여름철 식중독에도 좋다.

◇ 더위 이기는 전통음식

우리 조상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닭에 도라지, 참깨를 섞어 요리하기도 했다. 도라지를 많이 썼던 것은 인삼을 구하기 힘든 이유도 있었지만 아이들이나 임신부의 경우 인삼의 역효과를 우려해 도라지를 많이 먹었다. 여름에는 또 찬 기운을 많이 쐬게 되는데 이로 인한 어혈 제거에도 도라지가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우리 조상들은 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먹었다.

▷초교탕은 해독 작용을 하는 미나리와 인삼과 비슷한 효능을 지닌 도라지에 밀가루와 달걀로 버무린 닭고기를 넣어 끓인 음식이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좋은데 아이나 임신부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

▷숭채만두는 데친 배춧잎에 다진 닭고기, 숙주, 무 등의 채소를 넣고 말아서 찐 음식이다. 외양으로 보면 '배추만두'쯤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식혀서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팥죽은 흔히 동지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열병을 물리치는데 효과가 그만이다. 옛날 조상들은 삼복더위에 팥죽을 먹었다.

▷서과죽은 수박과 쌀가루를 섞어 끓인 죽으로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내장기관이 위축되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좋은 음식이다.

▷제호탕은 오매, 초과, 사인 등의 한약재 가루를 꿀로 중탕하여 만든 음료로 단오부터 추석 때까지 마시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궁중내의원에서 임금께 진상했던 음식이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식이요법서로 조선시대 어의를 지낸 전순의가 지은 '식료찬요'는 더위 먹었을 때 생강 한 덩어리를 씹고 냉수를 먹어 내려 보낸다고 밝히고 있다. 더운 여름이라고 냉수만 먹지 말고 더운 성질의 생강, 마늘 등과 함께 먹을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이다. 덥다고 찬 음식만 찾아서는 더위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다.

도움말=박순애전통음식학원 , 한국혼례음식연구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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