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편견은 필수과목, 이미지는 나의 가치를 높이는 브랜드."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실제와 다른 이미지 때문에 마음 고생을 심하게 겪을 수도 있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마음은 쿨(Cool)하게 가지자. '오해가 10년 만에 풀리는 경우도 있다는데 난 괜찮아. 혹시 내가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창피하거나 굴욕적이더라도 더 나은 나를 위해 고치면 되지 뭐!' 이 정도 마인드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오해나 편견, 이미지 등에 관한 한 일반인보다 유명인의 시달림이 더 심하다. 대중 매체를 통해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고, 안타깝게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다. 현대인에게 신체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위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오해와 편견, 소문과 이미지다. 전문가들은 "너무 심각한 것은 좋지 않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조금씩 고치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경북대 심리학과 김지호 교수는 오해나 편견, 이미지 등과 관련해 4분법으로 풀어내면서 그에 대한 대처법을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4분법은 '내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남이 아는 나' '남이 모르는 나' 이 4가지 영역이 서로 교차하면서 오해가 생기고, 인식의 공유 측면에서 부조화 상황에 놓인다는 것.
제1영역인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가 일치한다면 전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간디, 테레사 수녀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제2, 제3의 영역. '내가 모르는 나'와 '남이 아는 나'로 인해 큰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일일이 만나서 그 오해를 풀 수도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내가 아는 나'와 '남이 모르는 나' 역시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내가 아는 진실이나 나의 이미지는 이렇게 가야 하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며 날 괴롭히는 것. 제4영역은 '나도 모르는 나'와 '남도 모르는 나'라는 무인지 상태에 해당돼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오해나 편견은 개인의 영역과 집단의 영역으로 나뉜다"며 "지역감정이나 인종차별 등 집단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케이스별 대처법 등으로 풀 수 있지만 개인의 영역은 스스로 조금씩 고쳐나가 완성된 자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주기도 했다. 직장에서 난 명품족이 아닌데 나를 명품족으로 다들 여기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런 이미지를 빨리 해소하려면 가끔 싸구려 옷도 입고 다니며,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이거 짝퉁'이라고 웃으며 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유명 인사들의 담대한 대처법
지역 정치인 중 재선의 주성영 의원은 오해와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해 마음고생이 가장 심한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주 의원은 담대하다. 진실이 아닌 부분은 좀 불쾌하고 답답해도 '언젠가 실체나 사실이 밝혀진다'는 마음으로 꿋꿋하게 의정 생활을 하고 있는 것. 최근에도 이런 이미지 때문에 사실 큰 화를 겪었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의 동료인 강용석 의원이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자, 주 의원이 당 윤리위 부위원장으로 나서 '강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은 심각한 해당(害黨)행위로 제명이 불가피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불똥은 주 의원에게도 튀었다. '주 의원이 발표하다니 아이러니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 등 조롱하는 듯한 댓글이 도배를 하고, 온갖 욕설이 난무해 홈페이지를 폐쇄할 정도였다.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성영 의원을 보좌하는 권태윤 보좌관은 "한번 굳어진 이미지 때문에 이를 회복하기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며 "하지만 본인이 당당하고 자신있기 때문에 윤리위 부위원장으로 나선 것이며 지금도 거리낌 없이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고를 졸업하고 '자칭 TK'라고 하는 홍준표 의원 역시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 때문에 부드러운 정치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져 애로점이 많다고 호소한다. 홍 의원은 "일단 이미지는 안고 가겠지만, 벌써 4선 국회의원으로 최고위원까지 됐는데 강성 이미지를 어떻게 벗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만난 앙드레 김 역시 동성애자라는 소문에 많이 아파했다. 앙드레 김은 "제가 그 질문에도 대답을 해야 하느냐"며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사생활에 관한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했다. 그 역시 대인답게 외국의 독신 디자이너를 예로 들며 어느 정도 오해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일반인도 '얼굴에 흙 좀 묻히고 다녀도 OK!'
"나도 잘못된 생각에 빠질 수 있고,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이렇게 여기며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사실 현대인은 일종의 결벽증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해가 두렵고, 진위를 떠나 소문 자체가 무섭다. '누가 어떻다더라'는 얘기에 자신이 대상이 되는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술집에서 3명 이상 모이면 뒷담화가 무서워 화장실도 가지 않고 참는 웃지 못할 상황도 적잖이 벌어진다.
편견이나 선입견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인정해야 해답이 나온다. 직장에서 한 간부는 '해외 여행이나 골프 등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치일 뿐'이라고 생각하다 최근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뭐든지 직접 해 보고 그 상황이 되어 보면 달라진다"고 말했다.
특정 이미지 역시 잘 털어내기가 힘들지만 인정해 버리면 마음이 편하다. 직장인 김성모(가명·36) 씨는 별명이 '난봉꾼' 또는 '호색한' 등으로 불릴 정도로 이성 밝힘증이 심한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그런 이미지가 좋지 않겠지만 한 때 일이고, 남자가 여자에게 끌리는 걸 어떻게 숨깁니까. 내가 남보다 조금 심한 편이겠지요. 살다 보면 이해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칭 '닥터 필'로 불리며 인간관계 및 인생 상담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리얼 라이프'의 저자 필 맥그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은 어려운 일들에 대해 정신 건강적 측면에서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분노하지 말라"며 "여태까지 인생에서 내렸던 모든 선택과 결단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기대에 따른 것 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