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은행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캐피털회사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심지어는 불법 사채에 기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원인은 신용등급이 낮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용등급 산정이 객관적이지 못할 뿐더러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은 좀처럼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은 '저신용자' 딱지를 떼기가 매우 어렵다.
현재 신용등급 산정 체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대출금 연체가 없어도 캐피털사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는 물론 대출 관련 조회만 해도 신용등급이 본인도 모르게 깎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하거나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는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담보가 주택이든 예금이든 상관 없이 은행 대출을 받으면 무조건 신용등급이 내려가거나 카드론 이용 사실만으로 신용등급이 깎이는 사례도 자주 있다.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은 현행 신용등급 산정이 불량정보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가 평가에 활용하는 정보에는 이자 상환, 대출금 성실 상환, 고소득 등 우량정보보다 연체나 채무 등 불량정보의 비중이 더 높다고 한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불량정보가 평가 항목의 70%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다.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는 사람도 저신용자가 될 수 있고 일단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원상회복이 어려운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히 풀릴 수 있다. 우량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문제다. 현재 금융회사나 신용정보사는 대부업체가 대출 심사를 위해 고객의 신용 정보 조회를 하는 사실만 알 수 있다. 실제 대출이 이뤄졌는지 제대로 갚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대부업체에 조회한 기록만 있어도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최근 1년에 3회까지는 대출 한도 조회를 평가에 반영하지 말라고 지시했지만 몇 번이 됐든 조회 사실 자체만으로 신용등급을 깎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대사회에서 신용등급은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근거 없는 신용등급 하락은 신용사회의 기반을 흔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더욱 곤경에 몰아넣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엄정하고 중립적인 신용 평가 시스템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본인의 신용등급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도 속히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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