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몰랐으면 지금쯤 제가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겠어요. 몸은 힘들지만 제가 오히려 받는 것이 너무 많아요. 봉사를 통해 암으로 인한 고통에서도 벗어나고 새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이 일을 그만둘 수 없지요."
김영희(50)씨의 얼굴과 목소리에서는 10년 전 느닷없이 찾아왔던 암과의 싸움과 그로 인해 드리워진 우울과 절망의 그늘이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다. 과연 그녀에게 '그런 어두운 날들도 있었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 정도로 밝고 힘차다.
폭염이 점점 기승을 부리던 7월의 마지막 날, 구미시 농업기술센터 해평면 농민상담소의 작은 부속 건물에 마련된 임시 식당에서 도시락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씨는 섭씨 40도가 넘는 실내 열기에 연신 땀방울을 씻어내면서도 행복해 보였다. 냉난방 시설이 없어 여름철이면 가마솥 열기로, 겨울에는 시베리아 벌판 같은 바깥에서 설거지 하느라 어려움이 이만 저만 아니다.
지난 2005년부터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해왔던 도시락 준비 봉사를 해오고 있다. 김씨는 구미의 한 자원봉사단체가 하고 있는 음식나눔방의 촌장이다. 자신을 도와주는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토요일마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이날 준비에는 이교현·김금희·김선옥·우양임·박경화씨 등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그녀를 도왔다.
처음 출발할 때는 2명이었으나 지금은 돌보는 이 없는 홀몸 어르신이나 음식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미지역 주민 150여명에게 170여개의 밥 혹은 반찬 도시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녀의 몫이라 했다. 김 촌장은 "이렇게 준비된 도시락은 다른 봉사자들에 의해 구미 곳곳으로 배달되는 등 '봉사의 분업'이 확실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연일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음식이 상하거나 혹여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까봐 음식나눔봉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이날부터 8월 둘째 주 토요일까지 3주 동안은 밥 도시락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반찬 도시락만 마련키로 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충청도에서 생활하다 1991년 남편을 만나 결혼한 김 촌장은 아들(17)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2000년, 암 수술과 힘든 투병생활이 시작됐고 남편의 배려로 이듬해 언니가 살고 있던 구미로 온 것이 그녀의 삶을 이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한때 예상치 못한 일로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 등으로 힘들었던 구미에서의 생활은 우연하게 변화의 기회를 맞았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던 아들의 권유와 이웃 할머니의 도움으로 2005년 도시락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부터 새로운 세계를 접한 그녀는 이젠 열렬 자원봉사자가 됐단다.
"봉사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마음의 치유를 얻고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김 촌장은 어쩌면 나줘 주면 줄어드는 세상의 셈법과는 달리 가슴에 천사의 꿈을 품고 나눠주면 더 늘어나는'사랑의 셈법'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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