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종균의 운동은 藥이다]운동과 수면연장의 상관관계

지난해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연구진들이 제시한 텔로미어(telomere) 모델은 세포 노화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는 우리 몸에서 세포가 만들어질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고, 나이가 들어 다 달아 없어지면 세포들은 분화를 중단하고 더 이상 재생할 수 없게 돼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텔로미어는 노화의 정도를 알려주는 나이테라고도 불린다.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긴 사람은 더 오래 산다. 반면 생물학적 나이가 많지 않아도 텔로미어가 짧아져 있다면 그 사람은 단명하게 된다.

스트레스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사람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트레스가 과도하면 여러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교감신경이 항진된다. 그러면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고, 산소소비가 증가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긴장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소화기능은 물론 면역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고혈압, 당뇨, 대장염, 궤양, 뇌졸중, 암, 정신장애 등의 병이 생기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약 50% 짧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도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최근 미국의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UCSF) 정신의학과 연구팀은 적당량의 고강도 운동이 스트레스로 인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연구진들은 62명의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운동과 텔로미어의 길이에 대한 상관관계를 검사했다.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땀을 흘릴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주 3회 이상 하는 사람들은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더라도 텔로미어의 길이는 짧아지지 않았다. 반면 스트레스가 많으면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져 있었다. 스트레스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운동이 차단한 것이었다.

운동은 어떻게 스트레스로부터 텔로미어를 보호했을까? 운동을 하면 체내 누적된 스트레스 호르몬을 사용하게 된다. 자율신경은 다시 균형을 회복하게 되면 긴장된 근육이 이완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게 된다. 소화기계의 기능과 면역기능도 정상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줄일 수는 있다.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예방하기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 매일 15분 정도에 해당하는 시간을 숨이 가쁠 정도의 고강도 운동에 투자하면 된다. 일주일에 3일을 운동한다면 하루 30분을, 일주일에 이틀 운동한다면 45분 정도를 투자하면 충분하다.

이종균(운동사) meda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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