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의도시 대구-동네우물 되살리기]2부)밖에서 길을 찾다-프랑스③

다른 성분의 藥水 모인 비시 물 공원, 아픈 곳따라 골라 마셔

프랑스 비시의 물 공원. 시민들은 제각각 컵을 가져오거나 자판기 컵을 사 물을 받아마시며 오랜시간 담소한다. 물 한잔 놓고 책에 푹 빠져있는 사람도 있다. 최재왕기자
프랑스 비시의 물 공원. 시민들은 제각각 컵을 가져오거나 자판기 컵을 사 물을 받아마시며 오랜시간 담소한다. 물 한잔 놓고 책에 푹 빠져있는 사람도 있다. 최재왕기자
오를레앙에 있는 수자원공사. 개청 40주년을 맞았다.
오를레앙에 있는 수자원공사. 개청 40주년을 맞았다.

오를레앙(Orleans)에는 지질과 광물, 물을 연구하는 세계적인 연구소인 프랑스 지질광물자원연구원(BRGM)과 함께 루아르-브르타뉴 지역의 수자원 정책을 총괄하는 수자원공사가 있다. 오를레앙이 프랑스 물 연구와 물 정책 수립의 중심인 셈이다.

◆역사의 중심 루아르강=오를레앙이 이처럼 물의 중심이 된 데에는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루아르강(Loire R.)의 영향도 없지 않다. 프랑스 강 가운데 가장 긴 루아르는 길이 1천20㎞로 한반도의 종단 길이와 비슷하다. 유역면적이 11만㎢로 국토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지중해에 가까운 미시프상트랄의 남부에서 발원해 낭트를 거쳐 대서양으로 흘러드는데 그 중류에 오를레앙이 있다.

오를레앙에서 하류에 이르는 유역 일대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왕족과 귀족이 살던 고성(古城)이 산재해 관광지로 이름 높다. 특히 오를레앙 조금 위쪽에 있는 '프랑스의 정원' 루아르계곡은 2000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알랭 베르디에는 '세계기행'에서 루아르강을 따라 가면 프랑스의 역사가 보이고, 고성을 바라보면 숨겨진 역사의 뒷얘기가 펼쳐질 듯하다고 썼다.

이처럼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 된 훌륭한 강이 흐르는 오를레앙은 물까지 풍부해 물 연구의 적지가 됐다.

◆물 정책 담당 수자원공사=루아르-브르타뉴 수자원공사는 올해로 개청 40주년을 맞았다. 수자원공사는 오염된 물을 정화하거나 수돗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 일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공사는 대신 오염된 물의 재처리 시설을 할 때 재정 보조를 한다. 오를레앙시의 경우 35%를 보조했다. 산업단지에서 물 처리 시설을 할 때도 재정 보조를 한다. 공사는 지자체 등지에 물 처리 관련 기술적 지원도 한다. 이때 기반이 되는 것이 BRGM의 연구 결과다.

결국 프랑스는 물 관련법 제정과 정책 수립은 정부와 수자원공사, 연구는 BRGM, 수돗물 공급 등 집행은 지자체(수도사업소)로 업무 영역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다.

◆질산성질소와의 전쟁=공사가 요즘 주력하는 분야는 물, 특히 지하수 오염 방지다. 드넓은 땅의 축복으로 물의 양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질산성질소. 가축 분뇨 등 유기물질이 포함된 단백질이 부패할 때 나오는 질소가 공기나 물 속의 산소와 접촉해 생성되는 물질로 프랑스 지하수 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농경지와 목축지가 넓은 프랑스는 그에 따른 지하수 오염을 간과할 수 없는 상태다. 오염 물질은 인근에 강이 흐르면 강물을 오염시키지만 강이 없으면 그대로 지하로 흘러들어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 BRGM의 벤자망 페즈 물 연구원은 "특히 브르타뉴 지방은 돼지 사육을 많이 해 질산성질소의 수치가 높다"며 "법적으로 50㎎/ℓ를 넘겨서는 안 되지만 100, 150, 심지어 200을 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농약과 화학비료, 가축 분뇨로 인해 질산성질소가 물을 오염시키는 바람에 대서양에서 녹조현상이 발생하기도 하고, 루아르강에서 기형 물고기가 발견된 적도 있다는 게 페즈 연구원의 귀띔이다.

이브 메리통 수자원공사 부사장은 "공사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바로 물 오염 예방책"이라며 "오염된 물을 재처리하는 것은 아주 간편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화학적 처리를 하는 것은 (건강에) 결코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농업에 보상=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프랑스가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덜 쓰게 하나, 축산 폐수를 줄이는 방법은 뭔가 등이다. 산업 폐수와 생활 하수로 인한 강과 호수, 지하수의 오염을 걱정하는 우리가 보면 다소 낭만적이다. 우리의 농촌은 상당 수준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오염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메리통 수자원공사 부사장은 "농민들과 함께 물과 토양을 덜 오염시킬 수 있는 농법을 찾고 있다"며 "말하자면 최소한의 화학비료를 쓰자는 것인데 비료를 덜 써 줄어드는 생산량만큼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곳이 중서부 보스 지방이다. 보스는 프랑스에서 지하수 공간이 가장 커 그만큼 중요시된다. 물이 중요하다고 농업 자체를 없애 버릴 수는 없다. 대신 보스의 닭과 돼지 사육 농장을 산업단지로 간주해 물 정책을 추진한다. 농장이 하수를 자체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도록 유도, 가축의 배설물이 강과 지하로 흘러들기 전에 차단하려 힘쓰고 있다.

◆온천 휴양지 비시=오를레앙의 소녀 잔다르크가 나라를 구한 뒤 사형을 당한 빌미가 바지를 입었기 때문이란 웃지 못할 일화(逸話)를 생각하며 오를레앙을 떠나 유명한 온천 휴양지 비시(Vichy)로 향했다. 로마 시대에 온천이 발견됐고, 나폴레옹 3세가 온천 휴양지로 만들었다. 페텡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친나치 정부를 세워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밤 늦게 도착해 일찍 잠들었다 일어나니 해발 260m의 고원 도시여서인지 알프스 산 속 마을 같이 상쾌하다. 길이 구불구불 운치 있고, 작고 예쁜 집도 많다. 우연히 만난 예쁜 여대생 어학연수생은 "조용하고 생활 여건이 좋아 어학연수지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했다.

비시의 중심은 도심에 있는 물 공원이다. 쭉쭉 뻗은 나무와 벤치, 관광객용 카지노, 그리고 돈을 내고 들어가 물을 떠 마셔야 하는 물 공원이 있다. 물 공원 주변에는 상점, 호텔이 즐비하다.

물 공원 입구에는 플라스틱 컵을 파는 자판기가 있다. 비시 사람들은 가방에 물컵을 넣어다니는데 혹 컵이 없는 사람은 자판기에서 컵을 사야 한다. 물 공원의 수도 꼭지에 컵이 아니면 물을 받지 못하도록 방해물을 설치해뒀다.

물 공원에는 로마시대에 발견한 수원지가 있다.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시설을 해둬 보호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물이 솟아나고 있다.

물을 받아 마시는 장소로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 한다. 비시 사람과 관광객들은 카드를 사 출입했다. 카드가 없어 들어갈 방법을 몰라 난처해 하는 우리 일행에게 한 할머니가 관리원 몰래 카드를 대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물 공원의 물은 모두 약수다. 맛이 독특해 많이 마실 수 없다. 짠맛도 있고 썩은 계란 맛이 나는 물도 있다. 류머티즘 치료차 물 공원을 찾은 모스카흐디니 부부는 "이 곳의 물은 치료를 위한 물"이라며 "루카나 쇼메는 류머티즘에 좋고 소화에 좋은 물, 위와 간에 좋은 물 등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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