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호, 박근혜 대항마로 키우나

친정강화·세대교체…4대강 사업도 단호한 의지

8일 단행된 개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크게 3가지다. ▷차기 대권 구도 경쟁 체제 도입 ▷세대 교체 ▷친정(親政) 강화로 요약된다.

◆대권구도의 변화=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낙점은 차기 한나라당 대선 후보군의 확장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정운찬 총리를 임명해 대권 후보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

김 내정자도 지방 정치인에서 일약 대선 후보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40대의 젊음을 무기로 여권 세대교체의 주자로 부상했음은 물론 향후 성과에 따라 차기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김 총리 내정은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친박계인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김 내정자는 박 전 대표에 대한 대항마"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는 특정인을 겨냥한 세대교체의 신호"라고 주장했다.

◆'대표 브랜드' 4대강 사업 완결=이번 개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다. 특임장관으로 발탁된 이재오 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 '4대강 전도사'를 자임해왔다. 김 총리 내정자의 전격 발탁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남은 4대강 사업의 핵심 지역으로 김두관 경남지사가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온 터라 경남지사 출신 총리가 지역 여론을 설득하는 데 제격이란 해석이다.

4대강 사업 주무부처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예상을 깨고 유임된 것도 업무 연속성을 살리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이들 장관이 교체될 경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4대강 사업이 쟁점화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친정 강화·세대 교체=이 대통령이 이번 인사에서 '친정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한 것도 주목된다. '정권 2인자' 평가를 받는 이재오 의원은 물론 경선캠프 대변인·메시지팀장을 각각 지낸 진수희 의원과 신재민 차관, 청와대 참모였던 박재완 전 국정기획수석과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중용, 후반기 국정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풀이다.

세대 교체를 통해 젊은층과 소통하고 세대 간 화해와 협력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김종필 전 총리 이후 39년 만에 40대 총리를 발탁한 게 하이라이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실시한 청와대 개편에서도 50대 중반인 임태희 대통령실장, 백용호 정책실장을 중용함으로써 이 같은 세대 교체를 암시한 바 있다.

◆지역 의원 반응=개각에 대해 지역 의원들은 계파별로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친박계인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은 "친이-친박 화합 내용은 없는 것 같다"며 김 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도 "중앙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인사라서 대정부질문이나 국정 조율, 정무 문제 등을 잘 소화해 낼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친이계인 이병석 의원(포항북)은 "이명박 정부 후반기 국정 추진 동력을 위해 젊은 인사를 전진 배치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지역과 중앙의 통로가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유승민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물러나고 최경환·주호영 장관마저 낙마해 지역은 당과 청와대 등 중앙과의 통로가 단절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헌·박상전·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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