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한옥(韓屋)

한옥은 현대인들에게 불편한 집이다. 난방이 어렵고 외풍이 심한데다 아파트와 달리 생활공간이 구분돼 동선도 길다. 불편을 사랑으로 바꿔 보듬지 못하면서 한옥은 우리 주거생활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옥은 단점 못지않게 장점도 많다. 모 건축 전문가는 '창문'이란 단어는 서양에는 없고 한옥에만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이 드나들면 문이요, 아니면 창으로 한옥에선 문과 창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옥의 창을 살리는 것은 창호지인 한지(韓紙)다. 반투명의 한지창은 유리창과 달리 외부 공간과 방을 차단하면서도 햇빛을 걸러 눈이 부시지 않게 하고 바람도 통하게 한다. 또 습하거나 건조한 날씨엔 습기를 머금거나 배출해 습도까지 조절한다. 커튼이나 가습기, 공기정화기가 필요 없는 셈이다.

특히 고온 다습이 특징인 우리나라 여름철엔 한옥이 제격이다. 아무리 무더워도 한옥 대청마루에 목침을 베고 누우면 눈꺼풀이 저절로 감긴다. 듬성한 대청마루 판자 밑을 지나는 바람이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니 매미 소리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자장가가 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옥이 새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다. 자녀들과 함께 한옥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때문이라고 한다. 외국인들도 배낭여행 숙소 혹은 고택 체험을 위해 한옥을 찾으면서 인기가 날로 높아가고 있단다. 경북은 영천 만취당을 비롯해 중요민속자료 194점(국가지정 72점, 도지정 122점)을 보유해 고택 관광 자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한옥은 도시에선 자취를 감췄고 농촌 지역에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고택 집합 지역이 아닌 고택은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정도로 퇴락하고 있는 상태다. 대도시로 떠난 자식들을 대신해 노인들이 지키고 있으나 한옥을 유지'보수할 돈도 기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면 정부나 지자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기도 하나 건축 연한이 모자라는 등의 이유로 지정되지 못한 고택들은 담장과 축대가 허물어져도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상당수 고택은 타인의 손으로 넘어가 도시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사라져가는 한옥 고택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아쉽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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