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단호한 응징, 말로만 되풀이돼서야

북한이 서해북방한계선(NLL) 이남 1~2㎞ 해상에 발사한 해안포 10여 발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 조치는 미흡하다. 우리 군은 지난 1월 북한이 백령도와 인근 NLL 지역에 해안포와 자주포 등을 발사할 때 'NLL 이남으로 포탄이 떨어지면 즉각 대응 사격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포탄이 떨어지자 우리 군은 NLL을 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에 경고 통신을 보낸 게 고작이다.

군의 공식 발표는 NLL 1~2㎞ 이남이라고 하지만 일부는 아군 해안초소 3㎞ 전방에 떨어졌다고 한다. 고의적 발사로 명백한 도발이다. 우리의 교전규칙에도 북한 포탄이 우리 해상으로 날아올 경우 비례성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고 정하고 있다. 말과 글로는 단호한 대응을 외치면서도 실제 조치는 외면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용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의 해안포 발사는 우리의 대응을 유도해 한반도 긴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의 대응을 자제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명백한 도발에 침묵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단호한 대응이 말로만 끝나고서는 북의 도발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북은 연일 전쟁 협박을 하고 있다. 어제는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 성전으로 진짜 전쟁 맛을 똑똑히 보여 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 어선들이 연평도 인근의 NLL을 넘고 있는 것도 우리의 대응 태세를 엿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우리의 단호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우리는 전쟁이 아닌 평화를 원한다. 그러나 진정한 평화는 말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군의 선언대로 단호한 의지를 확실히 보일 때 평화를 가질 수 있다. 말로는 단호한 응징 운운하다가 유사시 슬그머니 물러서는 소극적 행태는 북에 도발의 빌미만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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